1월은 새로운 계획과 결심을 가지고 한 해를 설계하는 시기이다. 새로운 계획과 결심은 늘 변화를 요구한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변화 속에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새해를 맞아 신년 기획 시리즈 "내가 바뀌면…"을 시작한다. 배려,약속,정직,안전, 에티켓 등 독자와 함께 고민할 과제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혹시 누가 아는가. 비록 작지만 내 삶에서 변화하려는 노력이 모여 한인사회를 바꾸고, 미국을 바꾸고…끝내 세상까지 바꾸게 될지. <편집자주> 


미국서 살고 있지만 몸에 밴 '무뚝뚝한' 한국인 습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매너…가장 기본적인 소통의 출발 
 

 마켓 통로에서 다른 손님의 카트와 마주칠 때 자리를 내 주고 양보했는데 상대방은 당연하다는 듯이 쓰윽 지나갈 때 몹시 기분이 상했던 경험을 한번쯤 겪었을 것이다. 주말 오후 손님이 많이 몰릴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이럴 때 느끼는 기분 나쁜 감정은 고스란히 남는 법이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그저 한마디의 말인데 우리 입에선 나오기가 여간 쉽지 않다.

 "두 사람의 대화에 제3자가 불쑥 끼어드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봤습니다. 아무리 급하다지만 '미안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양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요?" 10여 년 간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제프라는 미국인 남성은 "한국 사람들은 '땡큐(Thank you)와 익스큐즈 미(Excuse me)'라는 말에 너무 인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문화 속에 살고 있지만 부모 때부터 몸에 밴 한국의 습관이 쉽게 변하겠냐만 '한국 사람들은 원래 무뚝뚝해서 그래'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오래 바뀌지 않는다. 

 최근 국제선 항공기를 이용해 한국 출장을 다녀 온 LA 주재 회사원 K씨는 LA공항 착륙 직후 기내에서 작은 소란을 목격했다.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안전띠 착용 경고등이 꺼지지도 않았는데 중년의 한국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줄에 앉아 있던 외국인 남성을 앞질러 나가려다 그를 밀쳤다. 그 외국인 남성이 얼떨결에 자리에 다시 앉은 사이 한국 여성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대로 출구로 향했다. 외국인 남성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익스큐즈미'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인가?"라며 자신에게 혀를 끌끌 차는데 얼굴이 뜨거워져서 할말을 잊었다고 K씨는 경험담을 말했다.

 '땡큐'도 마찬가지다. 백화점에서 먼저 나가는 사람이 뒤따라 나가는 나를 위해 문을 잡아주거나, 나를 먼저 내리라고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준다거나 할 때 한마디의 말이 그렇게 어려울까. 

 '감사합니다'와 '미안합니다'라는 표현에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 말들은 단순히 퍼블릭 매너(public manner)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진정성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표현이자 사회적 관계 맺기의 출발이다. 새해다. 국가를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무엇인가 큰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더욱 살찌게 하는 것은 이같은 작은 한마디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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