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졌던 아이를 위해 써달라"…경찰에 부탁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시아버님께서 꼬깃꼬깃 접혀 있던 비상금을 건네 주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혹은 누구보다 마음고생 할 아이의 엄마를 위해 써 주시기 바랍니다."

강릉경찰서 이용완 서장 앞으로 6일 캐나다로부터 따뜻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지난해 말 강릉에서 발생한 영아유기 사건과 관련, 머나먼 캐나다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강릉 출신의 이민자 김모(여) 씨가 소중한 생명을 되살린 아이를 위해 써 달라며 감사의 편지와 함께 성금을 보내온 것이다.

김씨의 편지는 "뉴스를 통해 고향에서 갓난아이가 버려졌다는 소식을 설마 하며 들었다"라며 "강릉 출신 사람으로서 또한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예비 엄마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로 시작했다.

그는 이어 "멀리서도 아이의 인생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꼭 전해 달라"라고 끝을 맺었다.

거기에는 시아버지가 건네줬다는 캐나다 달러(120달러)가 함께 들어 있었다.

이용완 서장은 김씨의 정성어린 성금을 현재 아이를 보호하는 복지시설에 전달하고 앞으로 아이의 후원금으로 소중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7일 오후 8시 30분께 강릉시 성산면의 한 도로변 음식물 수거함에 갓난아이가 버려져 있는 것을 주민 신고로 발견됐다.

경찰은 3일 만에 자신이 낳은 남자 아이를 유기한 A(23·여)씨를 검거했다.

경찰과 119 소방대원은 당시 "음식물 수거함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난다"라는 신고를 받고 신속히 출동해 갓 태어난 남자 아기를 발견했다.

A씨는 "부모도 아이를 낳은 사실을 모르고, 혼자 키울 엄두도 나지 않아서 일을 저질렀다"라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가 유기한 아기는 현재 복지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다.

yoo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