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붙잡힌 뺑소니범 5년 징역형

1999년 운전하다 13세 여중생 치어 숨지게 하고 도주

홍콩 숨어살다 美이주, 결혼하고 자식낳고 세탁소 운영

영주권 심사과정서 수배사실 발각…한국으로 강제 추방   


 법원이 16년 만에 붙잡힌 뺑소니범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 뺑소니범은 사고 발생 직후 범인이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로 출국했고, 미국에서 영주권 신청을 하려다 사법 당국에 붙잡혔다. 뺑소니 사건으로 딸을 잃은 아버지는 범인이 붙잡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조선일보 등 한국 언론에 따르면 손모(49)씨는 1999년 11월 말 전북 김제시 편도 1차로 도로에서 시속 70㎞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길을 건너던 A양(당시 13세)을 들이받았다. A양은 맞은편 차로 버스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려서 길을 건너던 순간이었다. 손씨는 차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도망쳤고, A양은 숨졌다.

 인적이 드물고, 어두운 저녁 시간에 벌어진 탓에 경찰은 뺑소니 가해자를 찾을 수 없었다. 손씨는 경기도 친척 집에서 지내며 사고 차량을 처분한 뒤 홍콩으로 출국했다. 손씨는 홍콩에서 몇 년 살다가 미국으로 이주해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살았다. 손씨는 미국에서 결혼했고, 자식도 낳았다.
손씨가 해외에 머무는 동안 국내에선 뺑소니 사건에 대해 진술한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났다. 수사 기관은 손씨를 지명수배했고, 인터폴도 적색 수배를 내렸다. A양 아버지는 범인이 처벌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손씨는 지난해 미국에서 영주권 신청을 하면서 꼬리가 밟혔다. 미국 당국이 손씨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 측에 범죄 경력 등에 대한 조회를 요청했는데, 손씨가 뺑소니 사건으로 지명수배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미국 이민국은 손씨를 검거했고, 강제 출국 조치를 했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손씨는 체포됐고, 범행을 자백했다. 검찰은 작년 9월 손씨를 구속 기소했다.

 손씨는 법정에서 "내 자식이 과거 사고로 죽은 A양과 비슷한 또래"라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자수했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부에 반성문도 제출했다. 자수가 인정되면 감형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손씨가 자수를 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전주지법 형사1단독 이재은 판사는 작년 12월 손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형법상 자수는 범인이 스스로 수사 책임이 있는 기관에 범행을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것인데, 손씨는 이민국에 검거돼 국내로 들어왔으므로 자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3세의 피해자를 숨지게 한 교통사고를 내고도 도주해 죄질이 불량하다. 범행 직후 해외로 도망해 장기간 도피생활을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