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형 교회 지역총회 소속 목사

교회 돈 등 66억원 빼돌려 카지노 탕진, 불구속 기소 충격

주일예배 있는 일요일 새벽·밤에도 도박장 찾아 

교회소속 학교 소유 부동산 임대 보증금도 '쓱싹'

사채업자 "목사는 무슨 목사. 내돈도 떼먹었는데"

 강원랜드 카지노 직원 A 씨는 믿기지 않는 듯 동료 직원에게 재차 물었다. 동료 직원은 "내가 지난주 교회 부흥회에서 그분이 설교하는 걸 직접 듣고 왔다니까!"라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칩을 교환해 주며 안면을 익혔던 A 씨는 이후에도 카지노에서 '목사님'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교비 등을 빼돌려 강원랜드 카지노 등에서 도박으로 무려 66억원을 탕진한 혐의로 학교법인 이사장을 지낸 현직 목사가 재판에 넘겨졌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서울의 한 대형 교회 지역총회 소속 B 목사(67)는 강원랜드 단골손님이었다. 출입기록이 조회되는 2008년부터 그가 쌓은 카지노 마일리지만 6억 원이 넘었다. 심지어 주일예배가 있는 일요일 새벽 무렵과 늦은 밤에 마일리지가 적립된 날도 있었다.  

 교회 소속 학교법인의 이사장을 지냈던 그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고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교비에도 손을 댔다. 법인 소유 부동산의 세입자들이 낸 임대보증금 일부를 교회 명의 은행 계좌에 넣고, 다시 본인 또는 신도들의 계좌로 송금한 뒤 수표로 인출해 카지노에서 사용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53회에 걸쳐 34억여 원이 계좌에서 빠져나갔다. 법인의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B 목사의 매제 전모 씨도 교비 횡령을 공모했다. 교회 자금 27억여 원도 카지노로 들어가거나 카지노 인근 은행 지점에서 수표로 인출됐다.

 B 목사는 심지어 법인 소속 교수들에게 "학교가 어려우니 도와 달라"며 월급을 기부금 명목으로 되돌려 받은 뒤 대부분 도박으로 탕진했다. 결국 교수들의 민원을 접수한 교육부가 감사를 실시하면서 B 목사의 비리가 드러났다. 교육부는 2013년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B 목사는 검찰 조사에서 "학교와 교단을 운영하면서 자금이 부족할 때마다 카지노 사채업자들에게 급전을 빌렸을 뿐 도박은 결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사채업자는 검찰에서 "그 사람이 무슨 목사냐. 내 돈도 떼어먹고 안 갚았다"라며 코웃음을 쳤다. 2014년과 지난해 2월 두 차례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교인들 사이에서 "우리 목사님은 수사기관과 법원도 어찌 못하는 '불사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검찰은 수표에 배서된 B 목사의 카지노 회원번호 등을 토대로 10개월 동안 일일이 수표와 계좌를 추적, 결국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