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풍향계 2곳서 밀려, 2008년 앞서다 오바마에 패배 재현 우려

[이·슈·분·석]

"본선 경쟁력 취약" 평가,바이든·케리 대타설 모락모락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이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각 주(州)별 경선 레이스의 첫 2개 주에서 모두 버니 샌더스 연방상원 의원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비상'이 걸렸다. 아이오와주(2월 1일)와 뉴햄프셔주(2월 9일)는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곳으로, 초반 경선 주도권을 잡아 남은 레이스를 이어가려는 후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다.

 특히 힐러리는 지난해 9월 이후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이달 초 샌더스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일부에서는 8년 전 민주당의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힐러리 대세론에도 버락 오바마에게 패해 결국 대선 후보자리를 내준 악몽을 떠올리기도 했다.

 아이오와주의 경우, 퀴니피액대가 지난 5~10일 민주당 성향 아이오와 유권자 492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는 49% 지지를 얻었다. 힐러리는 44%에 그쳤다. 한 달 전만 해도 힐러리 51%, 샌더스 40%였는데,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퀴니피액대 측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힐러리보다 샌더스가 더 정직하고 신뢰할 만한 후보라고 아이오와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뉴햄프셔에서는 샌더스가 줄곧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힐러리가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를 3%포인트 앞선 몬마우스대 조사(7∼10일)에서도 최근 샌더스가 힐러리를 53% 대 39%로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샌더스는 특히 본선 경쟁력이 힐러리보다 높게 나타나 힐러리 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공화당 어느 후보와 맞붙어도 샌더스가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힐러리는 상황이 다급해지자 남편과 딸 등 가족을 유세에 투입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등장이 오히려 그의 성추문과 여성 편력을 부각시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가족 총동원'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언론은 힐러리가 초반 경선 주에서 패배하면 민주당 지도부가 조 바이든 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 등을 대타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해 힐러리를 긴장시켰다. 게다가 폭스뉴스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 관련 수사 범위를 클린턴재단 부패로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힐러리가 과거 뇌진탕에 따른 후유증이 도져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것이라는 '건강 이상설'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