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딸 미국에 두고 한국서 10여년간 홀로 생활

주식 투자 실패후 일정 수입 끊겨 생활고 여관 전전

여관 주인에 "물에 못 빠져 죽어 죄송합니다" 유서

[생·각·뉴·스]

 가족을 미국에 보내고 한국에서 혼자 생활하는 기러기 아빠. 과연 그들은 무슨 희망으로 살고 있을까. 자녀의 성공? 부귀영화? 그런 것들이 삶의 목적이 되기엔 내 자신의 인생이 너무 허무하지 않을까.

 아내와 딸은 미국에 두고 한국에서 홀로 기러기 생활을 하던 60대 남성이 생활고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과 함께 살 집 한 채 사는게 꿈이었던 기러기 아빠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유서 3장. 그리고 현금 15만 원과 10원짜리 동전 몇개. 지난 16일 12시반쯤 서울 은평구의 한 모텔에서 숨진채 발견된, 67살 안 모씨가 세상에 남긴 유품들이었다. 그게 갖고 있는 재산 전부나 다름없었다. 

 그는 유서에 "잘해주신 여관 사장님께 죄송합니다. 날이 춥지 않았다면 물에 빠지든지 다른 방법이 있었을텐데. 조금 남은 현금은 사장님과 청소부 아주머니께 줬으면 합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경찰에 따르면 안 씨는 지난 91년 딸과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리고 10년 전 안 씨는 홀로 귀국해 기러기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서 일이 잘 안된 탓인지 홀로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미국을 왔다갔다 하면서 지냈다. 

 그의 꿈은 가족들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식 투자 실패 이후 일정한 수입이 없었다. 일주일에 두세번씩 인근 식당에서 혼자 제육볶음을 사먹었던 안 씨는, 최근 2달~3달 전부턴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그마저도 자주 먹지 못했다고 주위사람들은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