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바쁜 시간 단체 예약후 감감무소식, '노쇼'이제 그만

예약 쉽게 생각하는 문화, 업소와 다른 사람에겐 피해


 토요일 오후 7시 한인타운의 한 일식집. 손님들이 많은 시간이라 분주한 식당 주인 김모씨는 손님들을 안내하기에도 바쁜 와중에 '빈자리'에 앉겠다는 손님들을 돌려보내느라 입씨름까지 해야 한다. "아, 저 빈자리는 예약석입니다. 죄송하지만 자리가 없어요"라며 돌려보내고 예약 장부를 살펴본다. 각각 3명과 4명이 예약한 손님 두 팀이 나타나지 않았다. 김씨가 예약한 손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지만 통화 연결음만 한없이 흐른다. 이 뿐인가.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와서 자리를 내놓으라고 떼를 쓰는 경우도 다반사다.

 예약해놓고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뜻하는 '노쇼(No-show·예약 부도)'는 원래 항공업계에서 나온 용어지만 지금은 항공 및 외식업계를 비롯해 거의 모든 서비스업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또한 노쇼는 미국의 한인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도 아니다. 본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업무보고에도 "예약 부도(노쇼) 등 블랙컨슈머 근절"이라는 항목이 등장했다. 예약 부도 문화가 우리 한국인의 생활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예약도 분명한 사회적 약속이다. 이런 약속을 저버리면 언젠가 그 피해는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되돌아 오게 마련이다. 예약 부도는 다른 사람들의 기회와 즐거움을 빼앗는 '나 중심'의 갑질 문화이며 고쳐야 할 우리들의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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