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말라붙은 선망의 땅'실리콘밸리'

"투자금 확보 스타트업 숫자 4년래 최저, 숙취 시작돼"

 감원, 부채 확대, 비용 절감 등 너도나도 자구책 마련
 

 넘쳐나는 투자에 흥겨워하던 벤처 기업의 산실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가 점차 말라붙는 돈줄로 신음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숙취는 시작됐다"는 제목으로 잘 나가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의 뒤바뀐 상황을 조명했다.

 10억 달러(약 1조2천억 원) 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으며 돈을 긁어모으던 유망 신생 업체들은 기술주(株) 부진과 경기침체로 투자자 지갑이 닫히면서 감원, 부채 확대, 비용 절감 등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해 4분기에 투자금을 확보한 미국 스타트업 숫자는 최근 4년래 가장 적었다.

 또한 지난해 4분기 미국 벤처기업이 유치한 투자액은 6.6% 감소한 171억3천만 달러(약 21조1천억 원)로 최근 5분기 중 가장 적었다.

 2014년 이후 주식을 공개한 미국 벤처 기술기업 48개 중 35개는 공개 당시보다 현재 가치가 낮은 것으로 WSJ 조사 결과 나타났다. 일부 기업들은 예전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팔아 자금을 조달한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특징인 다양한 사내 복지를 축소하는 업체도 늘어났다.

 구인구직 사이트 글래스도어가 후식을 놓아두던 테이블을 치운 것처럼 무료 식사, 사내 체육관, 멋들어진 사무실 등을 없애 비용을 아끼려는 것이다. 

 WSJ는 '열심히 일하고, 벤처 투자를 따내고, 부유해져라'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방식 대신 '실패는 눈앞에 있다'는 말이 더 와 닿는 시기라고 지적했다.

 한 투자자문업체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를 '빙산과 충돌한 직후의 타이타닉 호'에 비유했다.

 그는 "누구도 당장 구명선에 올라타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누군가는 망설이고, 현명한 기업들은 비용을 줄이면서 자금을 비축하고 있다.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