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다도 압승…성폭행 막말에도 히스패닉 지지 "더이상 거품 아냐"

설마했던'아웃사이더'대통령 후보지명 현실화에 공화당 전전긍긍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4차 경선지인 네바다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50% 가까운 득표율로 압승<본보 2월24일자 보도>했다. 동부지역인 뉴햄프셔,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어 서부 네바다까지 3연승을 하면서 대세론을 확산시켰다. 45.9%를 득표한 그는 공화당 주류의 지원을 받는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연방상원 의원을 22%포인트 차이로 압도했다. 3위는 강경 보수주의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연방상원 의원(21.4%)이었다.

▶'전국구'스타 후보 입증
 CNN 정치 평론가 멜 로빈슨은 "이미 끝났다(It's over).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네바다 승리는 트럼프에게 큰 승리"라고 했다. 히스패닉 인구 비율이 28%나 되는 곳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네바다는 미국 전체 평균(17%)보다 10%포인트 이상 히스패닉계가 많은 곳인데 평소 멕시코 이민자를 범죄자와 성폭행범이라고 주장한 트럼프가 승리한 것은 더이상 장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마저 1위를 차지하면서 14곳 경선이 동시에 벌어지는 '수퍼 화요일(3월 1일)'에도 트럼프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의 지지 기반이 특정 지역이나 백인 남성에 한정됐다는 지적을 극복하고,'전국구'임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쿠바계 이민자 출신 집안인 루비오와 크루즈가 히스패닉계 표를 상당 부분 가져갈 것이라는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트럼프는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라스베가스 선거운동본부를 찾아 "몇 달 전만 해도 이런 날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놀라운 두 달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공화당 후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두 달까지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공화 마지막 희망'비틀'
 트럼프 기세에 공화당 지도부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트럼프 열풍이 식지 않고 지속될 경우 대의원의 60%가 결정되는 3월 15일쯤엔 판세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수퍼 화요일에도 승리하면, 사실상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성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로는 본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보는 공화당 지도부는 마지막 희망을 루비오에게 걸고 있다. 루비오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레이스를 포기하면서 그를 지지하던 세력과 돈이 몰려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네바다 경선에서 트럼프와 격차가 너무 크고, 크루즈와도 크게 차이를 내지 못했다. 또 전국적 지지율이나 토론 능력, 카리스마 등도 부족해 트럼프에 대한 실질적인 대항마가 될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설마 했던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 후보 지명이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