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 세기의 대결 승자는?…외국서도 장외 예측 경쟁 '후끈'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세계 정상의 바둑 기사인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펼칠 세기의 반상 대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과연 승자가 누가 될지 외국에서도 관심이 비상하다.

8일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테크리퍼블릭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사람과 컴퓨터 사이의 맞대결 결과를 놓고 AI 등 IT 전문가들의 장외 예측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AI 전문가 상당수는 알파고의 빠른 발전 속도에 주목하며 기계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로먼 얌폴스키 미국 루이빌대학 사이버보안연구소장은 "알파고는 작년 10월 이래 기량을 연마할 5개월의 추가 시간이 있었다"며 "이세돌의 대국 스타일에 맞서기 위한 특수 훈련을 받았을 수도 있다"며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했다. 알파고는 작년 10월 유럽바둑챔피언 판후이 2단과 동등한 조건으로 겨룬 대국에서 5대 0으로 완승을 거둔 바 있다.

그는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게임과 AI 분야의 천재"라며 "구글은 전 세계 앞에서 당황스러운 패배를 연출하며 100만 달러의 상금을 잃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볼티모어 메릴랜드대학에서 AI를 가르치는 마리 데이자르댕 교수는 알파고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그는 "지난 가을 알파고가 판후이를 여유 있게 누른 것을 고려할 때 어쨌든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면서도 "내기를 해야 한다면 컴퓨터에 걸겠다"고 말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AI 교수인 토비 월시는 반대로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승리를 예측했다. 그는 "알파고는 철저히 깨지거나, 아니면 이세돌 9단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기계에 돈을 걸겠다"고 밝혔다.

반면 AI가 바둑 최고수를 이기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이세돌 9단의 낙승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미국 카네기멜런대학 컴퓨터과학과의 앤드루 무어 학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체스, 포커 등에서의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에서 첫판의 승자는 인간이었다"고 지적하며 이번 경기에서는 이세돌 9단의 승리에 무게를 뒀다.

리카이푸(李開復) 전 구글 차이나 사장 역시 알파고가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구글을 비롯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수의 IT 기업에서 경영진으로 일했던 그는 "이번에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AI와 딥러닝이 놀라울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바둑과 같은 '마인드 스포츠'(mind sports) 분야에서도 기계가 인간을 이기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요 이슈에 대한 대중의 예측을 가늠해보는 인터넷 사이트인 굿저지먼트오픈(www.gjopen.com)에서 진행 중인 네티즌 투표에서는 전체 참여자의 64%가 알파고의 승리에 표를 던졌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