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행 비행기서 사라진 고화 보상 요구…대한항공, "개인 물품 분실 항공사 책임없다" 

[집·중·취·재]

  LA거주 정연창씨, 대한항공 건물 앞에서 2달째 '1인 시위'
 정부에 탄원서도 무위…항공사 "본사 차원서 이미 끝난 일" 
 지난 15일 양측 처음 면담…항공사측 입장 변화 여부 촉각

 '달걀로 바위치기.' 대항항공이라는 거대 기업이 바위, 그리고 그 바위를 상대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정연창(남·75)씨가 달걀이다. 정씨는 LA를 출발해 한국으로 가던 기내에서 도난당한 고화(古畵)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면서 7년째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씨가 고화를 도난당한 것은 2009년 7월에 인천행 대한항공 기내에서다. 한국에 있는 고화 전문가의 진품 확인요청을 받고 가던 길이었다. 정씨는 귀한 고화이기에 두번 세번 고화보관통의 입구를 테이핑하고 손가방에 조심스레 보관했다. 정씨가 입국장에 와서야 고화를 도난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고화보관통 뚜껑은 열려 있었다. 정씨는 바로 인천공항 경찰에 신고를 했고 대한항공에 도난 사실을 알렸지만 결과는 "모른다"였다. 정씨는 그 당시 대한항공측에 전화답변과 면담요청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번번히 돌아온 대답은 "책임없다"였다.

 대한항공은 "정씨의 고화가 사라진 곳이 기내인지 아니면 입국장인지 분명하지 않다"라며 "도난당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고 정식 수화물 등록이 안된 물품에 대한 분실은 국제항공협약에 의해 항공사 책임이 없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씨는 한국 국민고충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이건은 다시 국토교통부로 이관되었지만 "개인 사기업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정씨는 2014년과 15년에 대한항공측에 사과·보상을 위한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미 종결된 사안'이란 답만 들었을 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결국 정씨는 올해 2월부터 대한항공 LA지점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서게 됐다.

 정씨는 "잃어버린 고화를 값으로 치자면 당시만해도 5000달러를 홋가하는 그림이었다"며 "항공사측에서 보면 별것 아닌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소중한 그림"이라고 말했다. 

 건강 때문에 1주 2~3회 정도 시위를 하고 있는 정씨는 "보상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마음"이라며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이와관련 지난 15일 정씨와 대한항공 LA여객지점 관계자들이 용수산 식당에서 만났다. 대한항공측이 정씨와 직접 한자리에서 만나 얘기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씨는  "그간 주장해온 보상과 사과를 주장한 근거들을 대한항공 측에 설명했다"며 "대한항공 관계자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어서 속은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담에 참여한 대한항공 LA지점 관계자는 "개인적 차원의 면담"이라고 전제한 뒤 "이미 본사에서 책임없음을 결정한 사안이라 다시한번 정씨의 입장을 청취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씨에 따르면 대한항공측은 본사와 의견을 나눈뒤 내일(17일) 그 결과를 전화로 알려주기로 했는데 대한항공 입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씨는 "대한항공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다면 1인시위를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달걀로 바위치는 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