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유출 파문으로 기소…1·2심 모두 벌금형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기출문제를 불법으로 유통한 브로커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36)씨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김씨에게서 SAT 기출문제를 팔아 얻은 수익금 400여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범행이 선량한 한국 수험생들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 것에 비춰보면 원심 형량이 다소 가벼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범행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저작권 침해를 통해서라도 단기간에 높은 점수를 받으려는 이들이 존재하는 구조적인 문제와 성적 만능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며 원심 형량을 유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브로커들에게서 SAT 기출문제를 구입해 2012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총 41차례 400여만원을 받고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SAT는 미국 내 대부분의 4년제 대학에서 응시자들의 성적을 평가하는 데 쓰이는 시험으로 전 세계적으로 시행된다.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돼 기존에 나왔던 문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할 수 있어 기출문제를 공개하지 않는다.

 문제 개발과 관리를 전담하는 미국교육평가원(ETS)이 일부 문제를 판매하지만, 공개하는 문제와 비공개 문제를 엄격히 구분한다. 공개된 문제라 해도 ETS의 허락 없이 복제·배포하는 것을 금지한다.

 앞서 강남 일대 어학원들이 2007년 SAT 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ETS가 같은 해 4월 한국인 응시생 900명의 성적을 집단 취소해 파문이 일었다. 이후에도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ETS는 2013년 7월 시험 횟수를 연 6회에서 4회로 줄였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끝에 2013년 11월 SAT 기출문제를 유통한 이들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김씨를 비롯한 브로커 8명과 기출문제를 강의에 사용한 학원들의 운영자·강사 14명 등 총 22명이었다.

한편 김씨를 제외한 21명에 대한 재판은 현재 1심이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