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못사는데 왜 남의 나라 방위까지 챙겨야 하나

"한반도에서 전쟁하라면 하라지" 비꼬기도

백인 저소득층 등 지지층 표힘 호소 '재료'
 

 미국 공화당의 대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한·일 핵무장 용인론'을 좀처럼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곳곳에서 비판론이 대두되고 자질 시비에까지 휩싸이고 있지만, 유세 현장이나 방송 인터뷰 등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지론'을 계속 펴고 있다.

 트럼프는 3일 폭스TV에 나와 또다시 "파키스탄과 북한, 중국, 러시아, 인도까지 모두가 핵을 갖고 있다"며 "북한의 핵이 일본에 큰 문제이기 때문에 일본이 핵을 갖고 스스로를 보호한다면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어 "한국도 바로 옆나라로서 마찬가지"라며 "여러 가지 면에서 세상은 변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우리는 더는 한국과 일본을 보호해줄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한반도에서 핵무기 경쟁을 용인하겠다는 뜻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미 핵무기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는 전날 위스콘신 주 밀워키와 로스차일드에서 유세하던 도중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일본 사이에 분쟁이 일어난다면 "끔찍한 일이겠지만, 그들이 한다면 그들이 하는 것"이라며 "행운을 빈다, 좋은 시간 되기를, 여러분(Good luck. Enjoy yourself, folks)"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주장은 미국의 오랜 비확산 정책에 정면 도전하는 동시에 한반도 주변사태에 대해 미군이 불개입하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으로 해석돼 그가 과연 외교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냐는 논란을 낳기에 충분해 보인다.

 지금까지는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이 방위공약을 충실히 이행해왔지만 이제는 미국도 재정이 어려운 만큼 동맹이 방위비 부담을 떠안거나, 아니면 핵무장이라도 해서 스스로 방위를 하라는 뜻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실질적 방점은 한국과 일본에 방위비 부담을 더 크게 지우는 쪽에 맞춰져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이미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50%를 분담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100%로 올리면 어떠냐"고 주장한 적도 있다.

 트럼프의 이 같은 핵무장 용인론과 그에 연계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자신의 지지층을 겨냥한 고도의 전략적 발언이라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트럼프가 비확산 정책이나 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주된 지지기반인 백인 저소득층과 근로자계층의 표심에 호소하는 '재료'로서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핵무장 용인론도 결국 '우리도 못사는데 왜 남의 나라의 방위까지 챙겨줘야 하느냐'는 지지층의 속내를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