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68년만에 '중재 전당대회' 열어 트럼프 후보 배제 나설 듯
샌더스 승리로 경선전 장기화 불가피…"모멘텀 확보했으나 뒤집기는 역부족"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미국 대선 민주·공화 양당 경선레이스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으로 꼽혀온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 주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각각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세론에 급제동이 걸리며 양당 경선 레이스는 오는 6월까지 이어지는 손에 땀을 쥐는 장기전이 불가피해졌다.

CNN은 "크루즈, 샌더스 의원에게 오늘 밤은 '빅 나이트'(big night)"라며 "2위들의 반란으로 선두주자들이 방심할 수 없게됐다"고 전했다.

특히 공화당의 경우 줄곧 선두를 달리며 대세론을 형성해온 도널드 트럼프가 승부처에서 참패하면서 자력으로 당 대선후보로 지명되기 힘든 최대 위기 상황에 처했다.

오후 10시 55분 현재 58%가 개표된 민주당은 샌더스 의원이 55.4%의 득표율을 얻어 44.3%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꺾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62%가 개표된 공화당에서는 크루즈 의원이 50.7%로 1위를 차지했으며 트럼프는 32.7%,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14.2%에 각각 그쳤다.

AP집계 기준으로 현재 트럼프는 누적 대의원 735명을 확보해 크루즈 의원의 461명에 크게 앞서 있지만 42명의 대의원이 걸린 위스콘신 주의 패배로 후보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매직 넘버'(1천237명) 확보전선에 일대 차질이 빚어졌다.

위스콘신 주는 부분 승자독식제를 취하고 있어 크루즈 의원이 대부분의 대의원을 챙길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클린턴 전 장관보다도 트럼프에게 이날 패배가 더욱 타격이 클 것"이라며 "올 여름 전당대회 전에 당 후보지명을 거머쥐려는 계획이 실패할 위험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의 이날 패배로 공화당 경선 레이스의 최종 승부는 오는 7월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중대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에서 결판날 것으로 관측했다.

공화당 수뇌부는 68년 만에 여는 이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배제하고 크루즈 의원이나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을 최종 후보로 옹립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트럼프가 이처럼 위기에 빠진 것은 주류 진영의 필사적 저지에 더해 '낙태여성 처벌'과 '한국·일본 핵무장 용인' 등 논란에 휘말린 발언과 선대본부장의 여기자 폭행 등 잇단 악재 탓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경우도 샌더스 의원이 큰 승리를 거둠에 따라 레이스는 최종 경선전인 오는 6월14일까지의 장기전이 확실시된다.

샌더스 의원은 96명의 대의원이 걸린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인 위스콘신 주 승리로 최근 7개 주 경선 가운데 6곳에서 승리하는 기염을 토하며 맹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확보한 대의원이 클린턴 전 장관의 1천712명에 크게 못 미치는 1천4명에 그쳐 현실적으로 '뒤집기'는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여전하다.

WP는 "이 정도의 승리로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 전당대회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크게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다만 4월19일 뉴욕주 경선을 앞두고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291명의 대의원이 걸린 또 다른 승부처인 뉴욕주는 클린턴 전 장관이 상원의원을 지낸 텃밭이자 샌더스 의원이 태어난 곳이다.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