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서'대한항공-싱가포르항공'대형 여객기 2대 충돌위기 모면

[뉴스진단]

"관제탑, KAL機에 남단 아닌 북단서 진입토록 지시" 
 기장'알았다'후 엉뚱한 곳 진입…방향 착각 가능성


 지난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대형 여객기 2대가 충돌 사고를 일으킬 뻔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륙하기 위해 인천공항 활주로를 달리던 싱가포르항공 여객기 앞으로 갑자기 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진입을 시도했다가 충돌 직전 멈춰 선 것이다. 양측 비행기에는 총 374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타고 있어 자칫 대형 인명 피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해당 대한항공 기장이 관제탑 지시를 잘못 이해해 활주로로 진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6분 186명이 탄 싱가포르항공 SQ9016편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 1활주로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135노트(시속 약 250㎞)로 달리면서 점점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그때 188명을 태우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대한항공 KE929편이 활주로 남단 우측에서 활주로로 진입을 시도했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비행기 위치를 확인한 관제탑은 양측에 "즉시 멈추라"고 명령을 내렸다. 대한항공 항공기가 아직 활주로에 진입하지는 않은 상태였고, 두 항공기는 1300m 간격을 두고 멈춰 섰다. 당시 상황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비행기 속도를 감안하면 정지 명령이 몇 초만 늦었어도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달리다 급정거한 싱가포르항공기는 타이어 6개가 손상돼 정비를 받은 후 19시간 후인 6일 오후 1시 출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5일 대한항공 KE929편은 활주로 남단이 아닌 반대편 북단에서 진입하도록 관제탑 지시를 받았다. 기장도 "알았다"며 지시를 복창했다. 그런데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진입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한항공 기장이 이륙 방향을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장이 9일 러시아에서 복귀하는 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항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경우 유도로 인프라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이번과 같은 사고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활주로 침범(Runway Incursion)'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1977년 스페인 테네리페에서는 두 대의 여객기가 이륙하기 위해 각각 반대 방향에서 빠른 속도로 활주하다 정면으로 충돌했다. 두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 583명이 숨지는 항공 역사상 최악의 인명 사고였다.

 한편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2월 파업을 결의하고 운항 횟수를 유지하면서 필수 업무만 수행하는 '준법투쟁' 중이다. 대한항공 측은 조종사들이 '태업'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