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틀어지면 문책 1순위…평가 좋지못하면 귀국 후 찬밥"
 

[이·슈·진·단]

급여등 혜택 축소, 업무 강도 더 세져…임기보장도 안돼

'자녀 영어교육' 매력 퇴색, "갔다오면 되레 승진등 불리"

#A사 미국법인에 주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B과장은 어느 날 갑자기 한국 귀임 통보를 받았다. B과장은 4년 임기로 미국에 나왔으나 최근 프로젝트 수주를 놓쳤다는 이유였다. 사업 특성 상 본인만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지만 소용 없었다. B과장은 2년간의 짧은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했다.

#최근 미국법인으로 발령받은 C과장은 회사로부터 단신 부임을 권유 받았다. 회사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가족은 한국에 남겨두고 혼자서 부임할 것을 권장했다. 주재원의 가장 큰 혜택은 자녀 교육에 있다고 믿어온 C과장은 고민에 빠졌다. 당연히 가족과 함께 가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소위 '찍힐까봐' 망설여진다. C과장은 결국 단신 부임을 택했다.

 과거 해외주재원은 급여나 자녀교육 조건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복귀 후 임원 승진도 보장됐다. 하지만 혜택 축소와 강한 업무 강도로 주재원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내 일부 주재원들도 한국에서 고생했으니 미국에 나와 재충전도 하고 애들 영어교육을 시키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에 나와있는 한 주재원은 "아무래도 주재원으로 나가게 되면 법인에 사람도 많지 않고 광범위한 분야을 담당해 업무 강도가 상당히 높다"라며 "해외에서 회사를 대표하다보니 사업이 틀어지면 주재원부터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주재원 근무 시절 본사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지 못했던 직원은 복귀 후 비주력 사업군으로 발령을 받는다. 부장급 주재원의 경우 아예 복귀 부서를 배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업무 성과가 미미하면 임기 중간에 아예 귀임시킨다.

 한국내 대기업의 한 인사 담당자는 "최근에 주재원으로 나갔다가 중간에 소환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다보니 아예 예전에 주재원으로 나갔다가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직원을 다시 내보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임기가 잘 보장되지 않는 점이 주재원의 인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불과 2년 만에 다시 본사로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고 이 경우 학기가 맞지 않아 가족들은 현지에 남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흔히 주재원의 가장 큰 혜택은 자녀 교육이라고 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많이 줄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앞서 사례처럼 회사로부터 단신부임을 권유받는 경우다. 자녀가 없거나 아직 어린 경우 혜택을 아예 받을 수도 없다.

 이러다보니 주재원 선호도도 연령대별로 나뉜다. 자녀가 아직 너무 어려 외국어를 습득할 정도가 아닌 젊은 직원들은 선호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반면 중·고교생 등 앞으로 대학 특례입학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대의 자녀를 둔 부장급 직원들은 주재원 선호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