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들이 나를 돌보아줌이 고마웠네

자네들이 세상에 태어나 나를 '어미'라 불러주고, 젖 물려 배부르면 나를 바라본 눈길에 참 행복했다네....
지아비 잃어 세상 무너져,
험한 세상 속을 버틸 수 있게 해줌도 자네들이었네

병들어 하느님 부르실 때,
곱게 갈 수 있게 곁에 있어줘서 참말로 고맙네

자네들이 있어서 잘 살았네
자네들이 있어서 열심히 살았네....

딸 아이야, 맏며느리, 맏딸 노릇 버거웠지?
큰 애야....맏이노릇 하느라 힘들었지?
둘째야....일찍 어미곁 떠나 홀로 서느라 힘들었지?
막내야, 어미젖이 시원치 않음에도 공부하느라 힘들었지?
'고맙다. 사랑한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

(2017년 12월 엄마가)

한국의 광주에 사는 한 70대 노모가 3남1녀 자식들에게 남긴 가슴 저미는 유서가 엄동 속에 주위를 숙연케하고 있다.

난소암으로 1년 가량 투병하다 이달 중순 생을 등진 나모(78)씨. 나씨는 암말기 진단을 받고 결국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길 때 즈음, 피붙이 몰래 짧막한 유서를 작성했다.

단 14줄. 그러나 노모의 자식사랑은 그 어떤 것보다도 애틋하고 숙연했고, 유서가 공개된 장례식장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나씨는 40대 초반, 시청 공무원이던 남편을 암으로 먼저 떠나보낸 뒤 35년 간 수절하며 소천하는 그날까지 자식들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유서에서도 "지아비 잃어 세상 무너져, 험한 세상 속을 버틸 수 있게 해줌도 자네들이었네"라고 또 다시 자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자네들이 있어서 잘 살았고, 자네들이 있어서 열심히 살았네"라는 말도 남겼다.

그런 다음, 노모는 맏딸과 세 아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등을 두드리듯 위로했다. 노모는 출산의 기쁨과 사별의 아픔, 자식 위로로 마지막 글을 남긴 뒤 '고맙다. 사랑한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자. 2017년 12월 엄마가'라며 글을 맺었다.

나씨는 장례식 후 함평군 대동면 선산에, 먼저 떠난 남편의 묘소 옆에서 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