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소재 빌리언스벙크그룹이 임대해 사용…10월에 총 600t의 정유제품 이전"
"11월24일 여수항 재입항시 조사…안보리 결의 위반에 따라 현재 억류중"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이상현 기자 = 여수항에서 떠난 홍콩 선적 선박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유제품을 넘기는 유엔 결의 위반 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29일 "여수항에 입항해 정유제품을 환적하고 출항한 홍콩 선적 선박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가 10월 19일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삼정 2호'에 정유제품을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이전했음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삼정 2호'에 이전된 정유제품은 600t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 배가 정유제품을 실은 뒤 북한으로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9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2375호는 어떤 물품도 북한 선박과 선박 간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며 "북한이 불법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교묘하게 우회한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우리 당국이 북한 선박에 물자를 '선박 간 이전'으로 넘긴 선박을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10월 말께 관련 동향을 인지하고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를 주시하다 이 배가 지난달 24일 여수항에 다시 입항하자 관세청에서 조사를 진행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이후 지난 22일(현지시간) 안보리 결의 2397호가 채택된 뒤 이 배는 우리 당국에 억류됐다. 2397호는 결의에서 정한 금지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 회원국 항구에 입항한 선박을 나포, 검색, 동결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이번 건과 관련된) 정보 입수 및 평가 조사 실시, 관련 내용 공유 등 전 과정에서 미국 측과 긴밀하게 협의했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이 배는 대만 소재 기업인 빌리언스벙커그룹이 임대해 사용하는 중이었으며, 지난 10월 11일 여수항에 들어와 일본산 정유 제품 1만4천39톤을 적재하고 나흘 뒤 대만을 목적지로 내세우며 출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배는 대만으로 가지 않고 용선주 대행인의 지시에 따라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1척을 포함해 총 4척의 선박에 정유제품을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관세청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는 용선주인 빌리언스벙커그룹에 대해서도 서면 조사를 진행했다.

금지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는 안보리 제재위원회에서 별도의 조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에는 중국인 23명, 미얀마 2명 등 25명의 선원이 승선해 있었으며, 이들은 배와 함께 여수항에 억류돼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선원들은 행정절차와 조사가 마무리되면 출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조치결과는 향후 안보리 대북제재위에 보고할 예정"이라며 "유사한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하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하에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정 2호'와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는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외신이 보도한 선박 10척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 선박이다.

이와 관련, AFP는 28일(현지시간) 안보리가 '삼정 2호' 등 4척은 제재 대상에 포함했지만 '라이트하우스 윈모어' 등 6척에 대해서는 중국이 블랙리스트 지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transil@yna.co.kr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