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서지현 검사 폭로 일파만파, 일선 여검사들 "터질게 터졌다" 반응 실태 심각


선배 "나 외롭다. 요즘 네가 자꾸 예뻐보여 큰일"
후배 "누나 집에 가기 싫어요. 한 번 안아주세요"
부장 검사"네 덕분에 오늘밤 도우비 비용 아꼈다"

2010년 안태근 전 검사장(52·사법연수원 20기)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45·33기)는 31일 "이 사건의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폭력 피해자와 성폭력 범죄에 대한 편견을 깨기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일선 여검사들 사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많다. 그간 알게 모르게 숨겨진 성추행이나, 성추행과 친밀감의 표현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있었던 일들이 많았는데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여검사들은 "너무 예민하게 대응하면 검찰 조직에서 부적응자로 취급될까봐 주저했다"고 입을 모았다.

▶성추행-친밀감의 경계선

서 검사는 지난 26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게시물에서 2010년 10월 장례식장 성추행 사건을 폭로했다. 여검사라서 당한 또 다른 성폭력 경험도 첨부파일에 담아 함께 올렸다. 여기에는 "매우 큰 심적인 고통을 당하던 중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소설 형식으로 작성한 개인적인 글"이며 "100% 실제 사실을 쓴 것"이라는 주석이 달렸다.

"나는 여검사를 싫어한다. 너같이 생긴 애 치고 검사 오래하는 애 못 봤다." 서 검사는 해병대 출신 부장검사의 독설과 함께 검사생활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서슴없이 말했다고 한다. "나는 여성은 남성의 50%라고 생각한다. 나한테 인정을 받으려면 너는 여기 있는 애들보다 배 이상 더 열심히 해야 해." 이런 폭언보다도 "옳으신 말씀이야. 새겨들어"라는 A선배의 '조언'이 더 큰 폭력이었다고 서 검사는 토로했다.

"야 너는 여자애가 무슨 발목이 그렇게 굵냐. 여자는 자고로 발목이 가늘어야 해"라던 B선배, 틈만 나면 음담패설을 늘어놓던 C선배, 여자가 그렇게 웃음이 헤퍼서 쓰냐고 나무라던 D선배의 모습에서 서 검사는 좌절했다.

▶선배, 후배 가릴 것없이…

이런 동료도 있었다. 회식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밤이면 "너는 안 외롭냐. 나는 외롭다. 나 요즘 자꾸 네가 예뻐 보여 큰일"이라던 유부남 E선배, "누나 저 너무 외로워요. 오늘은 집에 들어가기 싫어요. 저 한 번 안아줘야 차에서 내릴 거예요"라던 유부남 F후배,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다 "에고 우리 후배 한 번 안아보자"며 와락 껴안던 유부남 G선배.

한 부장검사는 '술도 못 마시는 게 분위기도 못 맞춘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탬버린을 두드리던 서 검사에게 내뱉었다. "네 덕분에 도우미 비용 아꼈다"고.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줄 테니 나랑 자자"따위의 말을 지껄여대던 유부남 H선배도 있었다고 한다.

이들 앞에서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랫입술을 깨무는 것"뿐이었다고 서 검사는 고백했다. 그는 "검사는 너처럼 공주 같으면 안 된다"는 부장검사 앞에서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했으며, "나 하나 잘못하면 여검사 전체를 욕먹게 한다"며 이를 악물었다고 기록했다.

서지현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