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연구팀 장수노인 7년간 조사…"105세 넘으면 사망위험 정체, 사망률 높아지지 않아"

[건강화제]

기존 '인간 최대 수명은 115세까지' 연구 뒤엎어
"우리는 아직 인간 수명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다"

과연 사람의 수명은 몇 살까지 일까. 인간의 수명을 최대 115세까지로 규정한 연구결과를 반박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간의 최대 수명은 아직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고, 105세 이후에는 인간의 사망률이 더 높아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과학계는 1997년 122세의 나이로 사망한 프랑스의 잔 루이즈 칼망이라는 노파의 수명을 기준으로 논쟁을 벌여왔다.

잔 칼망은 출생 및 사망 시기를 입증할 수 있는 최장수 기록을 보유했다. 그녀는 110세 때까지 자전거를 탈 정도로 건강했고, 97년간 담배를 피운 애연가로도 알려졌다. 그녀는 1875년 태생으로 한국으로 따지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동년배다.

앞서 알베르트 아이슈타인 의과대학 연구팀은 그녀의 수명이 예외적인 경우라며, 인간의 최대 수명은 115세까지라고 확정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사피엔자대학의 인구 통계학자 엘리자베타 바비 박사의 연구 발표로 이 결과가 뒤집혔다.

영국 과학잡지 '사이언스'를 통해 밝혀진 이 연구 결과는 인간 수명의 한계가 몇 살까지 이어질지 명시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반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탈리아 국립통계연구소의 고령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인간의 사망률은 나이를 먹을수록 높아지지만 105세부터 멈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인간 중 115세를 뛰어넘는 장수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연구 대상은 2009년부터 2015년 사이 출생증명서 등으로 나이를 증명할 수 있는 이탈리아 내 105세 이상 초고령자 3836명이었다.

연구팀은 나이에 따라 사망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다는 '곰페르츠 법칙'에서 이번 연구를 착안했다. 인간의 경우 30세가 넘어가면 사망률이 약 8년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 70세가 되면 30세 때보다 사망률이 2의 5제곱 즉 32배가 높아진다는 식이다.

그동안 노화 연구자들은 이런 경향이 나이가 늘어날 때마다 무한히 이어질 것인지, 어떤 나이가 되면 더 이상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고 정체되거나 줄어들지 연구해 왔다. 동물 중에서는 장수 동물로 알려진 벌거숭이 두더지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성체가 되면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비슷한 크기의 쥐들이 기껏해야 4년 사는 데 반해 벌거숭이 두더지쥐는 거의 10배에 달하는 30년 이상의 수명을 누린다

연구팀은 나이에 따라, 사망 확률이 고정되는 현상은 초파리나, 선충 등 다른 생물에서도 관측됐다고 설명하고 인간의 경우 나중에 태어난 세대일수록 105세에 도달할 확률이 높다고도 덧붙였다.

연구를 함께 진행한 UC버클리의 케네스 워치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간 수명에 한계가 있다면, 우리는 아직 그 영역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강력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전자와 같은 선천적인 요인도 사망위험 정체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유럽 전역의 다른 15개 국가에서도 나이 및 사망위험과 관련한 유사한 정보가 수집되고 있으며, 이는 이번 연구결과를 뒷받침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실렸다.

▣이렇게 예를 들면

대학을 졸업한 지 50년 만에 만난 대학 동창 중 누군가는 여전히 산을 오를 정도로 건강하다고 자랑하는 한편, 누군가는 더 이상 힘이 없고 허약해서 산을 오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뒤 또다시 열린 동창회에서는 허약하고 힘이 없었던 사람들은 이미 사망해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25년 후에도 동창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여전히 원기 왕성하고 건강한 사람들일 것이며, 이는 곧 사망위험이 더는 높아지지 않거나 정체돼 장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