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서일본 지역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마을에서 한 남성이 수상 오토바이로 120명의 주민을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1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달 초 폭우 피해로 마을이 잠긴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시 마비초(眞備町)의 나이토 쇼이치(內藤翔一·29)씨는 지난 7일 낮 1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15시간 동안 마을 주민 120명을 안전한 곳에 대피시켰다.

그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수상 오토바이 타기라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 면허까지 취득한 그는 '부모님을 구해달라'는 지인의 부탁으로 수상 오토바이를 타고 물에 잠긴 마을에 나섰다가 곳곳에서 구해달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폭우로 순식간에 마을이 잠기자 주민들은 옥상에서 구조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프로펠러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구조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는 상황. 불과 수m 간격으로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뒤 지인의 부모를 먼저 구조한 나이토 씨는 이후 쉬지 않고 수상 오토바이로 마을 사람들을 인근의 고지대에 있는 절로 옮겼다. 고령자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도중에 마을 후배도 함께 도왔다.

그렇게 한 명씩 구조를 하다 보니 그가 목숨을 구한 사람은 120명으로 늘었다. 전신을 못 움직일 정도로 녹초가 될 때까지 구조는 계속됐다.

나이토 씨의 사연은 폭우가 그친 뒤 며칠이 지나 알려졌다. 폭우가 지나간 뒤 이재민들이 생활하는 대피소에서 자원봉사자 활동을 하던 그를 구조된 사람들이 알아보고 고마워했고, 이런 사실이 언론에까지 알려졌다.

구조된 사람들은 아사히신문에 "나이토 씨는 마을의 영웅이며 생명의 은인이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구해줬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나이토 씨는 "이렇게 감사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구조활동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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