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새해 국정연설 연기 33년만에 처음, 하원의 초청 거부는 역사상 처음

트럼프 강행 요청에 펠로시 "셧다운 끝난 후에"
언제 하게 될지 미지수…트럼프 지지율 3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새해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을 연기했다.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연기된 것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 이후 33년 만이고, 특히 하원의 초청 거부로 무산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밤에 올린 트위터 글에서 "셧다운이 끝난 이후 국정연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국정연설을 할 대체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원회의장의 역사, 전통, 중요성과 겨눌 만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사상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 해결 전까지는 하원회의장에서 국정연설을 할 수 없다고 버티자 무릎을 꿇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셧다운이 계속되고 있을 때 새해 국정연설을 해줄 것을 부탁했던 펠로시가 마음을 바꿨다"고 말하고 "이것은 그의 특권"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국정연설 연기는 펠로시 의장의 '판정승'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은 국정연설을 놓고 전면전을 펼쳤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정연설을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의장의 해외 출장에 군용기를 내주는 관례를 거부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새해 국정연설은 미국 정치의 관례이자 대형 정치 이벤트다. 미 대통령은 해마다 연초에 하원회의장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 형식으로 국정 청사진을 밝혀 왔다. 연설 장면은 TV로 전 세계로 방영된다.

국정연설이 연기된 것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 시절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그해 1월 챌린저호가 발사 직후 공중에서 폭발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하자 불가피하게 국정연설을 연기했다. 야당 반대로 대통령의 국정연설 초대 자체가 취소된 것은 미 역사상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국정연설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이 셧다운 사태와 관련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상 최장기 불명예를 뒤집어쓴 셧다운 사태는 24일로 34일째를 맞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4%로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