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만만?…경선판 벌써 후끈
2020 美 대선 앞두고 트럼프 여론 악화에
스타벅스 슐츠 회장 등 너도나도 도전장
절대 거물 없어 당분간은 '춘추전국시대'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경선판이 일찌감치 달아오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거물들의 재도전 움직임에 이름조차 생소한 정치 신인이 돌풍을 일으키는가 하면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같은 기업인까지 도전장을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야권의 정권 탈환 기대감은 한껏 고조됐지만, 절대 강자가 없어 당분간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CNN은 28일 힐러리 클린턴(71) 전 장관이 최근 지인들에게 "(2020년 대선 도전) 문을 닫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클린턴은 그동안 재출마 의사가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혀 왔다. 그러나 최근 특검 수사에서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 간 공모 정황이 쏟아지면서 대선 정당성 논란이 일고, 민주당에 거물급 주자가 없다는 점 등을 측근들이 설득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65) 전 회장도 이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무소속 대선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며 이미 전국 조직 구축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경영 성공 경험을 내세워 "미국을 빚더미에 앉히고 정쟁을 일삼는 양당 체제에서 벗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슐츠를 경선 주자군으로 봤던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진보 표를 분산시켜) 트럼프 당선시키려고 나오느냐"는 것이다.

미디어 경영인인 마이클 블룸버그(76) 전 뉴욕시장도 자금력과 중도 성향을 내세워 무소속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 미 정치권은 과거에 기업인의 대선 도전을 우습게 봤지만, 부동산 사업가 트럼프 당선 후엔 완전히 바뀌었다. '나쁜 아마추어도 대통령 하는데, 좋은 아마추어가 못 할 것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클린턴을 포함한 민주당의 정치 거물 중 누구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여론조사상 조 바이든(76)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77) 상원 의원, 엘리자베스 워런(69) 상원 의원이 지지율 1~3위지만, 아직 단순 인지도 조사에 가까워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오랫동안 대선을 준비해 온 다선 의원인 이들은 하나같이 '노회하고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덜 알려진 민주당 정치 신인들이 파죽지세다. 캘리포니아 초선 상원 의원인 카멀라 해리스(54), 지난해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 상원 선거에서 석패한 베토 오루크(46) 전 하원 의원, 코리 부커(48) 뉴저지 상원 의원, 그리고 인디애나주 인구 10만의 도시 사우스벤드의 피트 버티지에그(37) 시장 등이 각종 호감도 조사나 온라인 대선 베팅 사이트에서 최선두를 다투고 있다. 특히 해리스 의원은 흑인 여성이자 검사 출신이란 점에서 트럼프와 가장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뉴욕타임스·CNN 등이 '스타 파워 1위'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신인 주자들은 2008년 상원 당선 2년 만에 대선으로 직행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비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