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왕세손 부인 케이트 미들턴과 해리 왕손 부인 메건 마클 지지자들 온라인 싸움 가열

[영국]

美이혼녀 출신 마클에 인종·계층 비하 퍼부어
SNS 가이드 라인 "위법 행위 형사고발" 경고

영국 엘리자베스 2세(92) 여왕의 두 손주 며느리를 둘러싼 불화설이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왕실이 직접 나섰다. 이례적으로 "소셜미디어상 막말에 엄중 대응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여왕의 버킹엄궁과 찰스(70) 왕세자의 켄싱턴궁 등은 4일 공동 성명을 내고 "왕실 구성원에 대한 허위 비방과 모욕, 성·인종차별적인 댓글과 포스팅은 삭제하거나 차단하고 위법 행위는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트위터·인스타그램 등에 팔로어 700만명을 둔 영국 왕실이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36)과 해리 왕손의 부인 메건 마클(37)의 지지자들이 벌여온 '온라인 대리전'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동서 지간인 두 사람의 경쟁과 갈등에 대한 소문은 지난해부터 "메건이 결혼식 리허설에서 케이트를 울렸다" "메건이 왕실 전통 티아라를 거부해 여왕의 분노를 샀다" 같은 보도로 터져 나왔다. 양측은 그간 해명이나 대응을 일절 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지난달 영국 케이블 채널 TLC가 '며느리 전쟁(Kate vs. Meghan : Princesses at War)'이란 탐사 다큐멘터리를 방송할 정도로 큰 이슈가 됐다. 왕실 전문가를 총동원한 이 다큐는 "메건이 케이트를 울린 것은 확인이 안 되지만, 윌리엄과 해리 간에 갈등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어머니 다이애나 빈의 사고사 후 형 윌리엄은 아버지 찰스를 멀리해 온 반면, 동생 해리는 마클의 설득으로 찰스와 화해했다는 것이다.

5일 왕세자 즉위 50년을 맞은 찰스가 가족의 치부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는 사태를 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가이드라인 발표'를 지시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왕실 내 '동서 전쟁'이건 '형제 전쟁'이건, 현재 영국 여론을 지배하는 것은 마클에 대한 집단 따돌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할리우드 배우 출신에 흑인 혼혈이며 이혼 경험이 있고 해리보다 세 살 연상인 마클에 대한 괴담(怪談) 수준의 인신공격과 비방이 1년 넘게 계속됐다. "첫 결혼 때 신혼여행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걸 목격한 사람이 있다" "지위 상승을 노리고 해리에게 접근했다" "살을 희게 보이려 미백제를 쓰다 임신 후엔 끊었다" "뉴욕 맨해튼호텔에서 베이비샤워에 33만파운드(약 5억원)를 썼다더라" 같은 보도가 타블로이드 매체에 쏟아졌다. 가장 악성은 마클의 '가짜 임신설'인데, 유명 논객들이 언론·유튜브 등에 나와 대리모 출산 의혹을 정색하고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영국의 브렉시트 혼란상과 재정 난 등에 대한 대중의 스트레스가 메건 마클이란 약한 고리로 터져 나왔다고 해석한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메건 괴담'이 "천한 출신의 이민자가 영국 최상층에 편입한 데 대한 분노와 옛 제국주의의 영광에 대한 집착이 빚은 산물"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브렉시트로 고유의 정체성과 자부심에 혼란을 겪는 영국인들이 메건에게 성·인종차별을 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