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갑시다]

'르윈스키와 성추문'클린턴, 상원 탄핵표결까지 갔다 회생
미국 240년 역사에서 탄핵당한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어
'살아 있는 권력'수사 결정적 증거 찾기 어려워 '흐지부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년간 자신을 옭아맸던 '뮬러 특검'이란 족쇄를 마침내 벗어던졌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러시아 대선 개입 공모 의혹에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은 트럼프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 중 하나에 대한 법리 판단이지만, 이는 미 정치 지형을 완전히 뒤흔드는 파장을 낳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야당과 언론이 트럼프를 공격하던 구도에서 이젠 트럼프가 '마녀사냥'을 해온 야당과 언론을 공격하는 구도로 역전되는 '터닝 포인트'가 마련된 것으로 분석했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릴 수도 있었지만, 미국 240년 역사에서 탄핵당한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수사로 탄핵 위기에 몰렸으나, 탄핵당하기 전 스스로 사임했다. 당시 그를 탄핵 위기로 몰고 간 것이 사법방해 혐의였다. 1972년 워싱턴 워터게이트 빌딩에서 이뤄진 민주당 전국위원회 도청 미수 사건 관련해 닉슨은 자신을 수사하던 아치볼드 콕스 특검을 해임하라고 법무부 장차관에게 지시했지만 이들이 받아들이지 않자 장차관을 해임해 버렸다. 닉슨의 은폐 시도에 하원이 탄핵을 결의하자 닉슨은 사면을 조건으로 1974년 사임했다.

닉슨 이후 버락 오바마를 제외하고 모든 대통령이 재임 중 특검 수사 대상에 올랐다. 특히 빌 클린턴은 의회에서 탄핵이 추진되기까지 했다. 케네스 스타 특검은 클린턴이 주지사였던 시절 일어난 부동산 투자 의혹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클린턴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의 성추문까지 다루며 수사 대상과 기간을 확대했다. 스타 특검의 보고서에 따라 하원은 클린턴에 대한 탄핵소추를 결의했지만,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기각됐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백악관이 적성국(敵性國) 이란에 무기를 판 돈으로 니카라과 반군에 자금을 지원한 '이란-콘트라' 사건과 관련해 로런스 월시 특검의 수사를 7년 동안 받았다. 월시 특검은 비밀 공작의 주역이었던 존 포인덱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올리버 노스 해군 중령을 기소해 유죄를 이끌어냈지만, 노스 중령이 모든 혐의를 뒤집어쓴 덕에 레이건 대통령은 탄핵을 면했다. 지지율이 높았던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여야 모두 부담스러워해 탄핵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뮬러 특검처럼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결정적 증거를 찾기 어려워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다수 미국인은 특검 제도가 비대해져 가는 대통령제를 견제하는 데는 필수적인 장치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