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고 장벽 설립 추진 트럼프에 날린 교화의 한마디…

34년 만에 모로코 방문한뒤 귀국길
"이민자 문제 인간적으로 해결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장벽 정책을 겨냥해 "자신이 세운 장벽에 갇힐 것"이라고 비판했다.

3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방문한 뒤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철조망이든 벽돌이든, 장벽을 세우는 자들은 자신이 세운 장벽의 포로가 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답은 모로코 이주민을 막으려 인근 연안에 울타리를 세우는 스페인과 멕시코 국경을 따라 장벽을 증축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따른 것이다. 다만,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5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67억 달러(약 7조 5500억원) 규모 예산을 장벽 건설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멕시코 방문 후 귀국 비행기에서 "다리가 아니라 벽을 짓는 데만 몰두하는 사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장벽 건설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교황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을 철사를 사용해 막는 '잔인함'을 상상하기 힘들다"며 "집단 이주라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론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민자) 문제가 각국 정부에 '뜨거운 감자'라는 것을 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철조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인간적으로 해결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날까지 모로코에서 스페인으로 온 불법 이주민은 55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27명)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교황은 모로코 방문에서 이슬람과 가톨릭의 공존을 말하기도 했다. 그는 라바트 성당에서 가진 연설에서 "그리스도인은 이 나라에서 소수에 불과하다"라면서도 "여러분 몇몇에겐 이따금 어려울 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숫자에 집착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개종은 막다른 골목인 반면, 타의 모범이 되는 것이야 말로 신앙의 활력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교리나 신전, 인종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신자들에게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의 개종보다 공존을 권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로코는.

3500만명 인구 중 99%가 이슬람 교도다. 가톨릭 신자는 2만3000명에 이르며, 대부분은 사하락 사막 이남 지역에서 온 이주민이다. 모로코 전체를 통틀어 신부는 46명, 수녀는 178명에 불과하다. 교황의 모로코 방문은 198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34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초 이슬람의 발상지인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뒤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아랍권 국가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