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으로 세계적 관심"…향후 경영 향배 주목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와 관련해 8일 외신들도 일제히 서울발로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그룹의 향후 행보에 주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대한항공 가문 가장의 별세로 그룹의 미래에 초점이 쏠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한항공을 아시아 최대 항공사 가운데 하나로 성장시킨 조 회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7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땅콩 회항' 등 딸들의 불명예스러운 스캔들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조 회장이 지병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AFP통신 역시 조 회장 가족을 둘러싼 스캔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지 2주도 채 안 돼 별세 소식이 전해졌다고 썼다.

외신들은 조 회장이 1999년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한 뒤 20년 만에 대한항공이 44개국 124개 도시를 잇는 세계 톱클래스 항공사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면서 그의 경영 리더십을 평가했다.

아울러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 재직 당시 한국 역사상 최초이자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동계올림픽 유치해 성공하며 한국 스포츠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점도 소개했다.

하지만 2014년 큰딸 조현아의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부인 이명희 씨 등의 잇따른 '갑질 논란'이 불거지며 그의 리더십에 오점을 남겼다며 관련 사건 내용을 상세히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국 CNN 방송은 "조 회장이 최근 수년간 불명예스러운 일로 헤드라인을 장식했다"며 그와 그의 가족이 사내 학대와 폭력적인 문화를 조성한 혐의로 고발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NBC 방송도 "(딸들이 연루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과 '물컵 갑질' 논란으로 조 회장과 그의 가족이 전 세계적인 관심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또 조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그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외신들은 조 회장 타계 이후 그가 이끌던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향후 경영 전망에도 주목했다.

AFP는 조 회장 타계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 서울의 주식시장에서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진칼 주식 가치가 폭등하는 등 관련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면서 그룹 지배권 향배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CNN도 한진그룹 관련주들의 움직임을 전하면서 "투자자들은 (갑질 논란 등과 같은)회사의 경영 이슈가 사라지길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고, 블룸버그는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경영권 승계에 따른 도전에 직면할 것 같다고 전했다.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