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日語 '구두·고통'첫 글자 딴 Ku Too 캠페인 女風
여배우 촉발 "기업의 하이힐 강요는 성차별" 청원

일본 여성들이 높은 구두(하이힐)를 신도록 강요하는 직장 문화를 바꾸기 위해 나섰다. 하이힐을 벗어던지는 'Ku Too'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직장 여성들에게 하이힐과 펌프스(앞부분이 둥글게 파인 굽이 있는 구두)를 신도록 강제하는 관습을 없애기 위한 운동이다. 'Me Too(나도 당했다)'에 빗대 일본어로 구두를 의미하는 구쓰(靴), 고통을 의미하는 구쓰우(苦痛)에서 첫 글자를 따와 'Ku Too'로 불린다.

올 초부터 Ku Too 운동을 시작한 여배우 이시카와 유미(32)는 지난 3일 여성 1만8800명의 서명이 들어간 건의서를 후생노동성에 제출했다. 이들은 "기업이 하이힐 펌프스 착용을 여성에게 강요하는 것은 성차별에 해당하므로 이를 금지하는 법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시카와는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굽이 높은 구두를 강제로 신으면서 문제 의식을 가졌다. 익숙하지 않은 '힐 5~7㎝의 검은색 펌프스'를 의무적으로 신은 채 일을 하는 바람에 발가락에서 피가 날 정도였다. 남성 동료들이 가벼운 구두를 신고 일하는 것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트위터에 '여성들이 건강에 좋지 않은 하이힐이나 펌프스를 강요당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공감하는 여성들이 인터넷상에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 2월부터는 아예 서명 사이트 'Change.org'를 만들어 활동했다.

그러나 보수적인 일본에서 Ku Too 운동의 파급력이 대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전망이 많다. 지난 2017년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토 시오리가 일본 TBS방송 워싱턴지국장으로부터 성폭행당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미투 운동이 불붙는 듯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폭로한 이토 시오리에게 싸늘한 시선이 돌아오며 큰 폭발력을 갖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