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 정상과 겉도는 대화 이방카, 외교 자질 도마에 "낄 데 안낄 데 안 가려"

[뉴스진단]

프랑스 정부 공개 20초 동영상 자질 논란 기름
"자질 없는데 정치야망 품고 있는게 더 큰 문제"

아버지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부터 남북미 판문점 회동까지 종횡무진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거센 '외교 자질'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가 가는 곳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으며 '퍼스트레이디’'역할을 수행한 그가 사실상 외교관 임무까지 과시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특히 G20 정상회의에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모습으로 세계 정상들 사이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넣으려는 어색한 모습이 공개되며 비판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방카 선임보좌관의 자질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지난달 29일 프랑스 정부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약 20초 분량의 동영상이다. 영상에는 G20에 참석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한창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이방카가 이 대화에 참여하려 애쓰는 모습이 담겼다.

마크롱 대통령이 '사회정의'에 대해 운을 띄우고 메이 총리가 "경제적 영향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사회정의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듣기 시작한다"고 말을 이어가자 이방카 보좌관은 "같은 맥락으로 국방산업도…"라며 말을 보태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라가르드 총재는 그를 짜증스럽다는 듯 힐끗 쳐다보더니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방카 보좌관은 어색한 손동작과 함께 "남성중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어렵사리 말을 이어갔다. 이 영상은 퍼엄 고바디 BBC 기자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폭발적으로 달린 댓글의 대다수는 이방카가 낄 자격이 없는 자리에 동참하려는 모습이 보기에 민망했다는 비난 일색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상들의 대화 중에 이방카가 맥락에 맞지 않는 논의로 끼어들었다"며 "라가르드 총재는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당장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방카가) 추수감사절 저녁에 어른들 식탁에 끼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 같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오카시오 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누군가의 딸이라고 해서 직업상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니다"라며 "이는 우리의 외교적 지위를 훼손시킨다"고 꼬집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역할까지 대신하는 듯한 이방카의 행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뉴욕에서 패션·부동산 사업을 하던 이방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별다른 전문지식 없이 외교·정치를 망라해 핵심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더 큰 문제는 이방카 보좌관 스스로가 (이 같은 자질 논란에도 아랑곳없이) 정치적 야망을 품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 그는 "아버지에게 세계은행 총재직을 제의받았지만 고사했다"고 밝혀 거센 비난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