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일 3자협력 강화 전념"…대북·대중 대응에 3자 협력 필수 인식
트럼프 정부, 한일 갈등 개입 꺼리는 양상도…갈등 수습 관여 수위 관심

4일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강행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미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물론 중국의 영향력 확대 등 지역 현안 대응에 있어 한미일 3자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게 미국의 인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일 갈등 수습을 위한 적극적 행보에 나설지 관심이다.

미국은 일본이 대한(對韓)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예고한 지난 1일 이미 한일 갈등 악화에 대한 우려의 뜻을 분명히 했다.

국무부는 당시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미국은 한국·일본과의 3자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늘 공개적으로, 그리고 막후에서 우리 3개국의 양자·3자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구한다"고도 했다.

북한과 중국 대응에 있어 한미일 3자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 하에 한일 양자의 갈등이 3자 협력에 대한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한일 관계의 조속한 회복을 당부한 셈이다.

국무부 입장에서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으로 실무협상 재개라는 돌파구를 마련해 북미가 모처럼 협상 준비에 한창인 시점에 한일 갈등이 두드러지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일 갈등이 직접 북미 협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미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에 있어 한미일 3자 협력 및 통일된 대응을 강조해왔다.

중국과의 무역전쟁도 일단 봉합되기는 했으나 또다시 피 말리는 샅바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에는 지역 동맹국과의 협력이 한층 중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미국이 적극적으로 한일갈등의 적극적 중재자를 자처할지가 관건이다.

'미국은 늘 공개적으로, 그리고 막후에서 우리 3개국의 양자·3자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구한다'는 국무부의 발표로 볼 때 미국도 한일 갈등 수습을 위한 역할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어느 정도의 적극성을 가지고 사태 해결에 나설지가 문제다. 역사 인식이 걸려있는 첨예한 문제라 중재 자체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들어 한일 간 갈등이 불거지더라도 예전만큼은 개입하지 않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미국 내에서는 한일 갈등으로 미국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은 북한과 중국의 지역적 위협에 대응하면서 전통적으로 한일 갈등이 심화할 때 개입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한일 갈등에 있어 눈에 띄게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대니얼 스나이더도 통신에 "동북아 지역의 두 핵심 동맹국의 긴장 악화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인데 이 행정부는 책임을 저버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며 (한일) 갈등 완화에 대한 공개적 발언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