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폭우에 도시 곳곳 침수…주민 1만여명 대피
허리케인 경보 발령…트럼프, 루이지애나주에 비상사태 선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권혜진 기자 = 멕시코만(灣)에서 허리케인급으로 발달해 북상 중인 열대성 폭풍 '배리'의 영향으로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최대도시 뉴올리언스 인근 주민 1만여 명에게 강제 대피령이 내려졌다고 AP통신 등 미 언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먼저 영향권에 들어가는 뉴올리언스 남동쪽 플레이크마인스 패리시 지역 주민들에게 강제 대피령을 내렸다고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밝혔다. 주민들이 모두 대피한 이날 오후 도시는 거의 텅 빈 상태가 됐다.

에드워즈 주지사는 전날 뉴올리언스 등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루이지애나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토안보부와 연방재난관리청에 재난 대비 및 구호 지원 노력을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다가오는 폭풍과 홍수로부터 사랑하는 사람과 집을 지키려면 연방재난관리청(FEMA)과 주·지역 관리들의 지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그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부디 대비하고 주의하며 안전하길 바란다"고 당부의 글을 올렸다.

주 방위군 병력이 뉴올리언스 등지에 배치돼 방재작업을 벌이고 있다.

방재당국은 미시시피강 제방에 모래주머니 수천 개를 쌓는 등 초긴장 상태에 휩싸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뉴올리언스는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도시 전역의 80%가 침수하면서 주민 1천500여 명이 숨지는 등 최악의 풍수해를 겪었다.

뉴올리언스는 도시 상당 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아 홍수에 극도로 취약하다.

열대성 폭풍이 올라오면서 뉴올리언스에는 전날 2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졌다. 시 당국은 배수 시스템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도시 곳곳이 침수된 상태다.

현지 방송 화면에는 도심에 주차된 차량이 반쯤 물에 잠기고, 침수가 심한 주택가에는 주민이 카약을 타고 가재도구를 옮기는 장면이 잡혔다.

라토야 캔트렐 뉴올리언스 시장은 거리의 배수 시스템이 설계된 대로 작동하고 있으나 배리가 배수 속도보다 빠르게 물 폭탄을 쏟아놓을지 모른다며 우려했다.

시 당국은 이미 배리가 근접해 대피 명령을 내리지는 않기로 했으나 주민들에게 최소 사흘 치 생필품을 확보하고 빗물 배수관을 청소해 빗물이 빠르게 빠져나가도록 신경 쓰라고 당부했다.

미 국립기상청(NWS)과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루이지애나 동부 지역에 최고 500㎜의 폭우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루이지애나 전체로는 250㎜의 폭우가 예상된다. 뉴올리언스 지역은 14일까지 250~38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허리케인센터는 열대성 폭풍 배리가 해안에 상륙하면 풍속이 시속 75마일(120㎞)에 달해 카테고리 1등급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허리케인센터는 현지시간 11일 오후 2시 뉴올리언스 메트로 지역에 허리케인 경보를 발령했다.

센터는 "배리가 현재 시속 65㎞대 열대성 폭풍으로 미시시피강 하구 남쪽 145㎞ 해상에서 북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리는 12일 낮 루이지애나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열대성 폭풍의 풍속이 시속 74마일을 넘어서면 1등급 허리케인으로 간주한다.

뉴올리언스에 배치된 주 방위군 공병대는 "강물이 제방을 넘어설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도시 남쪽은 범람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뉴올리언스 방재당국은 도시로 내려오는 미시시피강의 수위가 주말까지 최고 5.8m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제방이 6~7.6m 높이에서 범람을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에드워즈 주지사는 AP통신에 "루이지애나에 홍수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세 가지로 폭풍 해일과 높은 강 수위, 폭우가 있다. 현재 이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