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민국 10년만에 대대적 개정…反이민 정서 겹쳐 취득 미루던 한인들 신청 '잰걸음'

[뉴스포커스]

올 가을 시범 적용, 빠르면 내년 말 본격 시행
시민권 취득률 영주권자 10명 중 1명 꼴 저조

'떨어질까봐''한국 혜택'등 이유로 신청 기피
"기간 더뎌지고, 수수료 인상등 감안 서둘러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민권 시험 문제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시민권 취득을 미룬 한인 영주권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험 문제가 현재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예상에 시민권 취득을 서두를 조짐이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시민이민국(USCIS)은 새로운 시민권 시험 문제에 대한 시범 테스트를 올해 가을에 시범 적용한 뒤 내년말 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시민권 시험 개정은 2008년 이후 10여 년만이다.

아직 확실한 개정 내용은 나오지 않았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고려할 때 시민권 획득을 위한 시험 문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민권 신청자는 USCIS 직원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 역사, 통합 공민학(integrated civics) 등 3개 분야의 100개 문제 중 무작위로 10개의 질문을 받는다. 10개 문제 중 6문제 이상 맞추면 합격이다. 지금까지 합격률은 90%였다. 지난 2018년엔 5년 만에 가장 많은 75만명이 시험을 통과해 미국 시민으로 귀화했다.

WP는 USCIS 관계자들을 인용해 기존 시험에서 '미국의 경제시스템은 무엇인가', '에이브러햄 링컨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무엇인가' 등의 문제는 개정 후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신 '미국은 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는가',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에 누구를 기념하는가' 등의 새로운 문제가 추가될 수 있다고 WP는 밝혔다. 이 두 문제의 정답은 각각 '진주만 폭격, 또는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해서'와 '현직 군인 또는 군에 복무했던 사람'이다. 이 두 문제는 초안에는 포함돼 있지만 최종적으로 개정된 시민권 시험 문제로 확정될 지는 미지수다. 발명가나 과학자, 국립공원 등에 대한 질문을 추가하라는 제안도 USCIS에 접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치넬리 USCIS 국장대행은 "아무도 나에게는 특별한 것을 제안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험 개정에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시민권 시험 문제 개정 움직임에 대해 신청 자격 요건을 갖춘한인들은 이번 기회에 취득을 서두르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어바인에 사는 김모씨(55)는 "혹시 떨어지면 창피할 것 같아 아내와 애들만 2년전에 먼저 따게 하고 미루고 있었는데 이번에 빨리 공부해 신청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펴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라도 이젠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어야 안심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무역업자인 이모씨(49)는 "사업 일로 한국을 자주 왕래하는 입장에서 아무래도 이런저런 혜택을 받기엔 영주권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어 시민권 취득을 차일피일 미뤄왔다"며 "시험 문제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시민권을 따야겠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한인 영주권자들의 미국 시민권 취득은 소폭이지만 매년 약간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표참조>

USCIS에 따르면 2018년도 1분기에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은 총 3615명이다. 이는 전년 동기(2017년도 1분기)의 2132명에 비해 1400명 이상이 늘어난 셈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4년 13,587명→2015년 14,230명→2016년 14,347명→2017명 14,643명 등이다.

그런데 지난 2014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당시 시민권 신청이 가능한 한인 영주권자 19만 명 중 7.7%에 지나지 않는 1만4600명 가량이 시민권을 취득했다. 10명 중 9명은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안 쓰고 있는 셈이다.

한 봉사단체 관계자는 "시험 문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외에도 신청 수수료가 오르는 추세고, 취득까지 걸리는 시간도 점점 더 오래 걸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취득을 서두르는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시민권 신청

자격은 만 18세 이상이어야 한다. 영주권을 취득해 5년 이상 경과한 사람으로 5년 만료일 기준으로 90일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 시민권자와 결혼한 경우는 3년 경과한 자로 90일 전부터 신청서를 제출 가능하다. 일정기간 미국에 지속적(Continuous Residence), 실질적(Physical Presence)으로 최근 5년 중 2년 6개월을 거주해야 한다. 시민권자 배우자로 영주권을 받았으면 3년 중 1년 6개월을 미국 내에서 거주했어야 한다.
기간은 시민권 신청서 제출부터 최종 선서식까지는 통상 6~8개월이 소요된다. 최근들어선 이민 서류 적체 등으로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