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심장' 드론 공격 파괴 미국까지 가세 긴장 고조…중동 정세'안갯속'으로
[사우디]

트럼프 "범인 누군지 안다" 전쟁 비화 조짐
공격 주장한 예멘 반군 "사우디내에서 도와"
화약고 뇌관 건드린 셈…군사행동 일촉즉발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생산기지의 '심장'이 단 10대의 무인기(드론) 공격에 파괴되면서 중동 정세가 꼬이고 있다. 중동 패권을 둘러싼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 성격으로 여겨지던 예멘 내전에 미국까지 개입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배후로 지목한 이란을 겨냥해 군사행동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란은 '전면전'표현까지 써가며 대응했다. 현 상황이 전 세계가 엮여 들어가는'대전'상으로 비화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이 날려 보냈다고 주장한 소형 드론은 단 10대만으로 전 세계를 출렁이게 했다. 드론이 지난 14일 새벽 공격해 파괴시킨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아브카이크 탈황 시설은 세계 산유량의 5%를 담당할 정도의 큰 규모였지만, 그 충격파는 5%를 훌쩍 넘어섰다. 경제적으론 석유 수급 문제가 불거졌지만, 근본적으로는 아라비아반도와 호르무즈해협 주변의 정세 불안이 부각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NSC)를 연 직후 트위터를 통해 "범인이 누군지 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며 "우리는 검증 결과에 따라 장전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했지만, 미국은 드론의 비행거리나 정밀타격 등을 감안하면 반군이 단독으로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은 1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에서 "글로벌 경제와 에너지 시장에 대한 이란의 악의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ABC뉴스 선데이에 이란이 순항미사일 10여발도 함께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란이 사용한 드론은 당초 알려졌던 10대가 아닌 20대 이상이라고 했다

반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면전 준비가 돼 있다"고까지 하며 맞대응했다. 이란은 전날 '최대 사기'라며 공격설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예멘 반군은 이날도 자신들이 공격의 주체라고 재차 강조했다. 예멘 반군 야흐야 사레아 대변인은 알마시라 방송 인터뷰에서 "아람코 석유시설 공격에 제트엔진을 장착한 평범한 무인기 10대를 사용했다. 사우디 안에 있는 영광스러운 사람들이 도왔다"고 밝혔다. 내부 협력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공격 지점인 사우디 동부는 예멘 반군과 종파적으로 같은 시아파 거주지역이다.

사우디가 배후에 있는 예멘 정부와 이란이 지원하는 반군이 4년째 벌이고 있는 예멘 내전에다, 미국 대 이란의 대치전선이 겹쳐 있는 역내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특히 사우디 본토와 핵심 경제시설이 피해를 입은 것은 '화약고 뇌관'을 건드린 격에 해당한다. 드론 공격 후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와 시아파 맏형 이란은 서로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세해 군사작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 대 이란'의 전선은 그 어느 때보다 짙어졌다.

배럴당 100불 되나
국데 유가급등 우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시설이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국제유가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5일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우디 정부의 원유 시설 복구 속도에 따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오닉스 원자재의 최고경영자(CEO) 그레그 뉴먼은 이번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시장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