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장로 정년 규정 '뜨거운 감자'
[뉴스포커스]

'교령화' 한인 교계, 정년 은퇴핫 이슈 부상

▣정년 높여야
"요즘 70대는 옛날 60대 보다 훨씬 더 건강
100세 시대 맞게 탄력적인 규정 운영 필요"

▣정년 지켜야
"담임목사, 시무장로 아니어도 사역할길 많아
젊은 목회자나 직분자들 생각해서 길 터줘야"


# LA 인근 한 한인교회의 시무장로인 K씨는 최근 시무 장로직을 내려놨다. 올해 65세가 넘은 그는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서 정한 정년이 됐기 때문이다. 이 교회에서 건축위원장 등 줄곳 주요 직분을 맡아 활발하게 교회를 섬긴 그는 실망감이 컸다. 건강 상태도 되레 '나이보다 젊다'는 말을 들어온 그는 교회 일을 더 하고 싶은데, 규정때문에 원로 장로로 뒷전에 앉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아내와 함께 고국 여행을 간다고 말하고 휴가를 떠난 그는 벌써 두달째 교회에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다. 들리는 얘기론 다른 교회로 적을 옳겼다고 한다. 정년 규정 때문에 20년 넘게 다닌 교회를 등지게 된 것이다.

▶대부분 교단들 70세
과학과 의료 기술이 첨단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시대를 맞고 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은퇴 적령기 놓고 저마다 의견이 갈리고 있다. 특히 일반 직장이나 공무원 사회 뿐만 아니라 특히 미주 한인 교계에서도 정년 은퇴가 민감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미주 한인교계의 기독교 교단들, 장로교를 비롯해 침례교, 감리교 등은 대부분 한국의 교단들 전통을 이어받는 경우가 많은데, 교단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70세를 전후로 목사를 비롯한 교회직원(시무장로 등 당회원)들의 정년을 정해두고 있다.

LA에 있는 한 장로교단의 A교회는 교단이 규정한 정년은 없지만, 교회 자체적으로 정년을 65세로 정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올해 62세인 이 교회의 담임목사는 정년이 3년 여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일찌감치 강단에서 여러차례 "65세가 되면 무조건 담임 목사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며 교인들과 함께 후임 목사 물색에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 일부 교인들이 '은퇴가 너무 이른 것 아니냐'며 만류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다. 그는 "제 자신도 원로 목사로부터 교회를 물려받아 17년 정도 교회를 섬겼다"며 "교회 전통에 따라 아름답게 교회를 후임 목사에게 물려주는 것 또한 중요한 사역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교회 개별적 적용도
온누리교회 중에 하나인 B교회 담임목사는 "미국에 있는 온누리교회는 70세를 정년으로 두고 있지만 대부분 60세 중반에 스스로 사임하는 것이 전통으로 되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은 섭섭할지 몰라도 시무장로가 아니더라도 교회 사역에 따라 봉사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대가 변하고 있는데 꼭 당회원으로 봉사해야할 이유는 없다"며 "되레 선교 등 다른 형태로 교회 봉사에 앞장서고, 교회 성장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후배들에게 적절한 시기에 물려주는 행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후죽순 처럼 쏟아져 나오는 젊은 목회자나 임직자들을 감안할때 이들 교회의 결정에 지지하는 의견이 많다. 시대 변화에 따라 규정을 바꾸는 것을 또다른 부정적인 선례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는 달리 정년 규정을 개별적으로 적용하는 교회들도 부지기수다.

대한예수교장로교 소속인 LA다운타운 인근 C교회의 담임목사는 "우리 교단은 담임목사의 정년을 70세로 규정하고 있지만 개교회 사정에 따라 변경하여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로의 경우 임기는 따로 두고 있지 않고 있다"며 "건강 상태 및 환경에 따라 탄력적으로 장로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젊은 목회자, 직분자 상실감
LA한인타운 인근 미국장로교단(PCUSA)내에서 한인교회 사역을 하고 있는 D교회의 담임목사는 "우리 교단은 목사 및 시무 장로 등 당회원에 대한 정년을 두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당회원의 임직 기간(term)을 정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식년을 주거나 재신임받는 등의 장치를 둬 장기 시무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정년을 연장할 경우 임지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목회자들이나 직분자들이 겪을 상실감이 상당히 큰 것도 사실"이라면서 "교단의 지나친 노령화와 한창 일 할수 있는 60대의 조기 은퇴 사이에서 균형잡힌 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미주 한인 교계에서도 정년 은퇴가 민감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