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찰 '역할 포기, 자국 이익 먼저…예전의 고립주의·불개입 원칙으로 회귀
[뉴스진단]

아프간 이어 비판 여론 불구 시리아 철군 결정
한국도 돈 때문에 훈련 축소, 분담금 인상 요구
되레 중국 부상, 러시아 영향력 확대 등 부추겨
AP "미국 우선주의, 실제론 미국 홀로" 꼬집어

미국이 '세계의 경찰'역할을 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다. 이전에는 고립주의와 불개입 원칙을 채택했다.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먼저 공격하지 않았으면 미국은 전쟁에 뛰어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1945년 이후엔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각종 국지전과 테러 등을 막기 위해 세계 곳곳에 군대를 파견했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이 같은 세계 질서가 바뀌고 있다고한국 경제가 보도했다. 그 선봉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보다 돈과 미국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따진다.

시리아 철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시리아 철군 방침을 밝힌 지 이틀 만에 터키가 미국의 대(對)테러전 전우였던 쿠르드족을 침공하면서 전 세계와 미국 내에서 비판 여론이 빗발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철군을 강행했다. 그러면서 시리아 철군은 2016년 대선 공약이었다고 상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백악관 성명에서도 "미군의 과제는 세계의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미국이 18년간 전쟁을 벌여온 아프가니스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철군을 준비하는 것,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 보호 부담을 동맹국과 분담하려는 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럽 회원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등도 같은 맥락이다.

매체는 한국도 '트럼프식 고립주의'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1차 미·북 정상회담을 한 뒤 전격적으로 한·미 훈련 축소 방침을 발표했다. 훈련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직접적 이유였다.

미국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도 대폭 늘릴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을 겨냥해 "안보열차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올해 한국의 분담비용은 1조389억원인데, 미국은 이를 50억달러까지 늘려야 한다고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식 고립주의'는 미국 경제력의 상대적 쇠퇴, 셰일혁명으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 하락, 냉전체제 해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결과 미국 저소득층이 피해를 봤다는 인식이 커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식 고립주의의 미래도 밝지 않다. 중국이 부상하고,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대하며 '강대국 간 경쟁'이 재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국익에 해가 될지도 모른다.

AP통신은 "미국 우선주의가 실제로는 '미국 홀로'를 의미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승리, 쿠르드족의 패배, 미국의 동맹에 대한 많은 불확실성으로 귀결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