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진단 / 막전막후 美 '탄핵의 정치학'

트럼프 포함 4명 중 1명꼴 탄핵안 제출돼…닉슨·존슨·클린턴 등 3명은 위기일발

의문 제기 정책 결정 추진에 억지력으로 작용
링컨도 탄핵 경고, 레이건은 두번 탄핵안 제출
"트럼프는 취임 초부터 경계 허물려다 반작용"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쿠웨이트에 침공한 이라크군을 축출하기 위한 작전을 준비하면서 대통령직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에 빠졌다. 부시 전 대통령은 1990년 12월 20일 자신의 일기에 '이번 사태가 길어진다면 쏟아질 비난은 물론이고 분명 탄핵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전쟁이 개시된 당일 민주당 하원은 "부시 대통령이 평화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려는 음모를 자행하고 있다"며 탄핵 결의문을 안건으로 올렸다.

부시 전 대통령으로서는 '다행스럽게'전쟁이 비교적 빨리 끝났고 탄핵은 무산됐지만, 이외에도 역대 여러 미국 대통령이 탄핵을 우려하는 처지에 놓였었다.

현재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빠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전에도 미국 대통령 3명이 심각한 탄핵 위험에 직면했었다.

▶탄핵 목적 달성한적 없어
탄핵이 항상 부패한 대통령을 축출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실상은 헌법에 정해진 대로 목적을 달성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앤드루 존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모두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됐지만, 상원에서는 부결됐다. 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 등으로 하원이 표결 절차에 들어가기 전 사임했다.
탄핵이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탄핵은 대통령이 의문이 제기되는 정책 결정을 추진하려 할 때 고려하게 되는 억지력으로서 작용해 왔다.
존슨, 닉슨, 클린턴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하고도 적어도 전직 대통령 7명에 대한 공식 탄핵 결의안이 제출됐다.
이러한 인원은 45대 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까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11명으로, 4명 중 1명꼴은 중범죄부터 비교적 경미한 범죄로 탄핵의 위기에 처한 셈이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도 탄핵의 위협에 처해도 대부분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부시 전 대통령처럼 탄핵 가능성을 숙고해야 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마이클 게르하르트 헌법학 교수는 "모든 대통령이 자신의 업적에 대해 걱정하고 탄핵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했다"며 "이에 따라 역대 대통령들은 위법 행위를 감시하는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번 탄핵 절차 존 타일러
첫 번째 공식 탄핵 절차는 1843년 존 타일러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진행됐다.
당시 하원은 대통령 자신이 속한 휘그당이 제안한 2개의 관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자 대통령이 독단적이라며 탄핵 결의안을 제기했으나 하원 전체회의에서 부결됐다.
심지어 신성시되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도 임기를 시작한 지 수 주 만에 '섬너 요새'를 포기할 경우 탄핵당할 수도 있다는 참모진의 경고를 들었다.
한국전쟁 당시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국전쟁 중 제철소 노동자들의 파업을 막기 위해 사흘 연속 제철소에 대한 몰수에 나서자 하원이 탄핵안을 꺼내 들었다. 또 의회 승인 없이 한국전쟁에 미군을 파견하고, 맥아더 장군을 해임한 사실도 탄핵 결의문에 담겼다. 결국 탄핵안은 표결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제철소 몰수는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두 번 탄핵안이 제출된 경우다. 첫 번째는 1983년 '그레나다 침공'이 빌미가 됐으며, 나머지는 4년 후 이란-콘트라 스캔들이 탄핵안을 촉발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처럼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탄핵이 조기에 거론된 사례는 드물다. 게르하르트 교수는 "언제든지 경계를 허물려는 대통령이 있게 마련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첫날부터 그런 모습을 보였다"며 "탄핵은 그런 행동에 대한 반작용의 핵심에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