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때문에 두 동강난 대한민국'조국'

2019년 한 해도 한국선 대형 사건과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잦아드는 듯했던 북핵 위기가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로 다시 고조됐고, 위안부 문제와 수출 규제 등을 놓고 엇나간 한일 관계까지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한반도가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정치권을 넘어 사회 전체를 갈라놓는 메가톤급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정치권은 1년 내내 선거법 등의 패스트 트랙 문제를 놓고 극한 대치를 거듭, 국민들을 짜증나게 했다. 그러나 어두운 뉴스들 속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 그나마 위안이 됐다.

◇ 회담 결렬 북핵 위기 재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월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을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비핵화 방식에서 일괄타결에 가까운 '빅딜'을 선호하는 미국과 '단계적 합의-단계적 이행'을 원하는 북한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북한이 ICBM 발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북핵위기가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 불랙홀 된 '조국 사태'
검찰이 조국 가족의 입시 특혜·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과 관련 대대적 수사에 착수하며 이른바 '조국 정국'이 펼쳐졌다. 조국 정국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과도 같아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는 그야말로 '조국 국회'를 방불케 했다. 또 서초동 '검찰개혁 촉구'집회와 광화문 광장의 '조국 사퇴'집회가 경쟁적으로 열리면서 나라는 두 동강 났다.

◇ 출구 안보이는 韓日 대립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징용 배상 판결을 계기로 촉발된 한일 갈등은 올해도 극한 대립을 이어갔다.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한국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선언 엄포로 맞불을 놓았다. 양국은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과 수출규제 재검토에 합의하면서 봉합에 나섰지만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동물 국회'…최악의 국회
여야는 선거제 개혁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포함한 검찰개혁 법안 등 이른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놓고 1년 내내 대치했다. 여야 간 극한 대치로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밀렸고, 20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화성 연쇄살인범 '이춘재'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의 실체는 경찰이 첫 사건 발생 33년 만에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이춘재(56)를 특정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보관 증거물에서 DNA를 새롭게 추출한 뒤 수형자 DNA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사건을 해결했다. 이춘재는 총 14건과 성범죄 30여건을 자백했으나 공소시효가 2006년 만료돼 처벌은 불가능하다.

◇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
지난 5월 29일 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바이킹시긴호와 충돌 후 침몰해 한국인 승객 25명이 숨졌다. 지난 수십년간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최악의 수상 참사였다. 유람선 참사를 일으킨 선장은 과실로 인한 수상교통 방해로 다수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와 사고 후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 영화'기생충'…그나마 위안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100년 역사상 처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기생충'은 국내에서 1천만 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내년 골든글로브상에서 감독·각본·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 후보로 올랐으며 아카데미에서는 국제 장편 영화상(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지명돼 한국 영화 최초로 수상도 기대된다.

◇ 집값 폭등에 서민은 운다
작년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꼽힌 9·13대책 발표 이후 한동안 서울 집값은 안정세를 보였으나 하반기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국 정부는 극비리에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고 지난 16일 종합대책으로 네 번째, 후속 발표 등까지 합해 18번째 추가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으나 실제 서울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을지 주목된다.

◇ 사법부 수장 최초 구속
8개월간 이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는 올해 전직 대법원장의 사상 첫 구속 기소라는 헌정사 비극으로 일단락됐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고 보고 재판개입 등 무려 47건의 혐의로 1월 구속기소했다. 7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치열한 법리 대결을 벌이고 있다.

◇ 연예계 추문, 버닝썬 사건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이 경찰과 업소·유명 연예인 간 유착 의혹, 연예인 음란물 유포 등을 포함한 '게이트'로 비화했다. 그룹 빅뱅 멤버 승리(29)외에 정준영, 최종훈 등 연예인들이 잇따라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경찰 고위층의 관련의혹은 밝혀내지못해 부실수사 지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