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2020전망]

트럼프, 車관세 지렛대로 '대서양 무역전쟁' 본격화할 듯
미·중, 1단계 미니딜 '불안한 휴전'…2단계 협상 험로 예고

지난 2년간 글로벌 경제를 뒤흔든 미·중 무역전쟁이 새해 문턱에서 '휴지기'에 들어갔다.

지난 13일 미국과 중국이 공식 발표한 '1단계 무역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對)중국 고율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21개월 만에 도출된 성과물이다.

글로벌 공급망에 대혼란을 겪었던 각국 기업들로서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렇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쉽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1,2위 경제 대국의 '패권 다툼'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 무역전쟁 휴전 미·중, 2단계 협상에서 핵심 쟁점 격돌

불확실성에 시달리던 글로벌 경제로서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

미·중은 이달 15일로 예정됐던 추가 관세를 상호 연기하면서 '관세 확전'을 자제했다.

미국은 1천2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했던 기존 관세를 15%에서 7.5%로 인하하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관세폭탄'과 '협상'을 반복한 끝에 가까스로 도출한 '미니딜'이다. 그만큼 미·중의 근본적인 합의가 어렵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내년 재선 행보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그럴듯한 성과물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과 당장의 급격한 경기둔화에 대응해야 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합의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래드 셋서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영국 가디언지에 "제한된 합의는 전반적 합의의 불가능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미·중은 1단계가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새해에는 지식재산권 이슈를 비롯한 핵심 쟁점들이 2단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의 기술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기술굴기'를 상징하는 민감한 문제여서 미·중 모두 쉽게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오히려 미·중 갈등은 관세를 넘어 정치적 영역으로 확전하는 양상이다.

미국과 중국이 홍콩 시위와 신장(新疆)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놓고 충돌하고 있고, 남중국해를 둘러싼 전략적 갈등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의 포문은 유럽으로…디지털·車·항공기·주류 관세 공방 예상

당장은 EU가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과 유럽에는 수년간, 수십 년간 (무역) 불균형이 있었고 우리는 지금 그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서양 무역전쟁'의 전운이 서서히 고조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산 와인·위스키·치즈와 에어버스 항공기에 10∼25% 관세를 매겼다.

유럽은 글로벌 IT 기업들을 겨냥해 디지털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로 미국의 'IT 공룡'들이 표적이다. 프랑스가 선봉에 나서자, 미국은 프랑스산 와인에 대한 보복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는 메가톤급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일본, EU, 한국 등 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당초 미국은 지난 5월 17일 결정을 내릴 계획이었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명의의 포고문을 통해 해당 결정을 180일 연기한 바 있다. 180일 시한은 지난달 13일로 만료됐지만, 현재까지 부과 여부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폴크스바겐이나 BMW 등 유럽계 업체들이 대부분 사정권에 들어가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미·EU 무역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태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마무리되는 대로 영국과 새로운 무역협상을 체결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