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공포'中전역서 내쫓기는'우한인'

마카오,우한인 강제추방, 거부시 강제격리
광둥성, 후베이성 번호판 차량들 통행 막아
경찰, 집에서 끌어내고 병원 진료조차 거부
일각 "동포애 어디갔나. 인간 본성 무섭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발병 근원지인 우한시와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 사람들이 중국 전역에서 강제추방 당하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 확진자가 3000명에 육박하고 사망자가 80명을 넘어서면서 중국을 덮친 감염 공포는 같은 나라 사람이면서도 '우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총으로 막거나 우한에서 넘어오는 터널을 붕괴하는 등 극단적인 원천 봉쇄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가 지난 23일 우한 봉쇄령을 내렸지만,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기간 우한을 떠난 사람은 500만명에 달한 것으로 전해져 중국 안팎에서 우한 폐렴의 급속한 확산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27일 외신과 홍콩 명보,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인 마카오 정부는 우한시는 물론 후베이성에서 온 중국 본토인 모두에게 이날 오전 9시를 기해 마카오를 떠날 것을 명령했다.

이는 우한 폐렴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도 해당하며, 마카오를 떠나지 않는 후베이성 사람들은 정부가 지정한 격리 시설에 머물러야 한다.

현재 마카오에 머무르는 우한 출신은 1390명,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 출신은 2132명이다.

마카오 정부는 격리 시설 수용을 거부하는 후베이인은 강제로 수용시킬 예정이다. 격리 시설은 경찰이 지키면서 출입을 통제하고, 수용된 사람 가운데 우한 폐렴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 시설로 이송하기로 했다. 후베이성에서 오거나 최근 14일 이내 후베이성을 방문한 적이 있는 중국 본토인은 마카오 입경 때 우한 폐렴에 걸리지 않았다는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진단서가 없으면 입경이 거부된다.

마카오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특별행정구역인 홍콩 정부도 이날부터 후베이성 거주자나 최근 14일간 후베이에 머물렀던 적이 있는 사람들의 입경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기로 했다.

후베이인에 대한 거부는 마카오는 물론 중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산시성의 한 호텔에서는 후베이인의 투숙을 거부하고 나섰으며 광둥성 주하이에서는 '악(鄂·후베이성의 별칭)'자가 있는 번호판을 단 차량의 통행이 거부되는 모습이 찍혔다.

일부 마을에서는 마을 입구에 검문소를 설치, 소총 모양의 물건을 든 마을 사람들이 검문검색을 통해 후베이인의 마을 진입을 막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베이징에서 일하는 한 우한 출신은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지만, 우한 사람은 우한에 돌아가서 치료를 받으라는 말만 듣고 진료를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일각에선 "아무리 전염병이라지만 동포애 어디갔느냐. 인간 본성 무섭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접국가들 "中관광객 돌아가"
대만, 6천명 돌려보내…北, 일찌감치 중 운항 취소

우한과 후베이성에서 온 관광객을 거부하거나 송환하는 일은 중국과 인접한 국가나 지역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필리핀 당국은 우한이 봉쇄되기 전 직항 노선으로 필리핀 중부 칼리보 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634명을 오는 27일까지 돌려보내기로 했다.

주로 유명 관광지인 보라카이 섬에 머문 중국인 관광객들의 패키지 여행 일정이 끝나면 다른 지역 방문이나 일정 연장을 허가하지 않고 곧바로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한 것이다.

대만 정부는 현재 대만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6000여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28일까지 이들을 모두 내보내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에서 오는 중국인의 입국을 일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은 지난 22일부터 중국 여행객의 입국을 막았고, 북한 고려항공은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과 자국민의 베이징발 평양행 탑승을 금지했다.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던 '에어차이나'는 당분간 운항이 취소됐고, 북한 내 외국인의 중국 여행도 잠정 금지됐다. 몽골도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우려로 중국과 접경지대를 폐쇄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폐렴 발병 근원지인 우한시 사람들이 중국 전역에서 쫓겨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한 마을에서 총을 들고 우한 사람들의 진입을 막는 모습.

폐렴 확산을 막기위해 후베이성 접경 마을에서 중장비를 이용해 후베이성으로 통하는 터널을 막는 모습.

"증세 가벼워 전염 위험 더 커"

감염 환자 1명, 3명 전염
질병 취약자 전파 가능↑

중국발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증세는 가벼운 편이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더 확산할 위험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 <표참조>

27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임페리얼칼리지 공중보건 전문가인 닐 퍼거슨 교수는 "증세가 경미한 보균자들이 바이러스 감염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질병에 취약한 사람들한테 전파시킬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를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모델링했던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10만명일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놨다. 퍼거슨 교수는 이 바이러스의 번식력이 약 2.5~3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 1명이 약 3명한테 전염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는 감염자 수가 3만~20만명이라는 범위 내에 있을 수 있다면서도 "내 추측으로는 지금 약 10만명이 감염됐을 것이다"며 "수많은 사람이 감염됐다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한폐렴 확진자 발생 지역은 17곳으로 늘었다. 28일 오전 3시 기준으로 확진자 수는 2821명이며, 사망자 수는 81명으로 모두 중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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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가는데…'백신은 언제?

美·중국·호주 등 전염병예방혁신연합 개발 총력
신종 바이러스 3개월 걸릴듯…사스 때는 20개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에 대항할 백신 개발 작업에 미국·중국·호주 등 전세계 공공·민간 공중보건 실험실마다 긴박하게 뛰어들었다. 국제적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 연구가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전혀 새로운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효과적인 백신 개발완료까지 적어도 3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공공-민간 공동기구인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은 최근 미국 보건복지부(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호주 퀸즈랜드대학, 나스닥 상장 민간 의료기업들과 각각 파트너십을 맺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 가동에 들어갔다. 앤서니 파우시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앞으로 3개월 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항할 실험 백신을 만들어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파우시는 세상에 존재 하지 않던 신종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에서 사람에게 접종할 테스트 백신을 3개월 안에 만들어 낸다면 "역사상 가장 빠른 백신 개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최악의 사스(SARS) 대란 당시엔 미국 과학자들이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을 활용해 인간에 접종할 백신 처방을 개발하는데 20개월이 걸렸다. 확산 추세가 이미 멈추고 '통제 단계'에 들어선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