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간호사들 절대 부족…마스크도 못벗고 잠들기 일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며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는 이탈리아의 간호사들의 사진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탈리아의 인스타그램 사용자 엘리나 파글리라리니는 최근 자신의 계정에 병원에서 찍은 1장의 사진을 올렸다. 흑백처리 된 사진엔 컴퓨터 자판 앞에 쓰려져 있는 한 여자가 보인다.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이 여자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돌보고 있는 간호사다. 늦게까지 환자들을 돌보고 상태를 기록하다가 그만 쓰러져 잠이 든 것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얼굴이 엉망이 된 간호사는 부지기수다. 간호사 알레시아 보나리는 최근 마스크를 벗은 자신의 얼굴을 SNS에 공개했다. 장시간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하고 환자를 돌본 간호사의 얼굴엔 붉은 자국 투성이다. 마치 누군가에게 얻어맞아 여기저기 멍이 든 것 같다.

보나리는 "출근하는 게 겁이 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확진자들을 돌보고 있지만 마스크가 제대로 밀착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우연히 벗겨지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하면 최소한 6시간 동안 화장실에 갈 수 없다며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 6시간 이상 물을 마시지 못하고 근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의 확진자는 15일 현재 2만4747명, 사망자는 1809명에 이른다.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지만 의료진을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05~2015년 이탈리아에서 이민을 떠난 의사는 1만여 명, 타국으로 이주한 간호사는 8000명을 웃돈다. 의사와 간호사에 대한 처우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30분에 1명 사망 '죽음의 도시'
최악 감염도시 베르가모…영안실 부족 성당에 시신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하고 있는 이탈리아내에서도 특히 인구 12만의 도시 베르가모가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 거점인 롬바르디아주에 속한 이곳은 그야말로'죽음의 도시'로 변했다. 17일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베르가모에선 최근 일주일 새 385명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했다. 하루 평균 55명이 목숨을 잃는 것이다. 30분당 1명 꼴이다.

병원 영안실이 부족해 일부 시신은 성당에 안치돼 있을 정도다. 밀려드는 시신으로 화장장은 매일 24시간 가동되고 있다. 조르조 고리 베르가모 시장은 TV에 나와 "화장장이 충분치 않다"고 호소했다. 이 지역 일간지 레코 디 베르가모의 부고 면은 평소 1∼2페이지에서 10페이지까지 늘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70~80대로 사인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90% 이상이 코로나19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베르가모 시내 한 병원의 응급실 진료 총괄 의사 루카 로리니는 "중환자를 35년 간 돌봤지만 이런 참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국에 내려진 이동제한령으로 환자들은 가족·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거나 의료진의 도움으로 휴대전화를 통해 고별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