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있는 위치 아니라 확답 어렵지만 정부에 전달할 것"

(이천=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이낙연 전 총리가 5일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만났다.

21대 총선 당선자로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4시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이천시 서희 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을 찾았다.

그의 방문 소식을 미리 접한 유가족 30여명은 이 전 총리와의 면담을 위해 체육관 한편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에 모여있었다.

조문을 마친 이 전 총리가 유가족 대기실로 들어서자 유가족들은 "노동자들의 죽음이 계속 이어지는데 어떻게 할 거냐", "이번 사고에 대한 대책을 갖고 왔나"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무표정으로 이를 듣던 이 전 총리는 "제가 지금 현직에 있지 않아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니다"며 "여러분들의 말씀을 잘 전달하고 이른 시일 내에 협의가 마무리되도록 돕겠다"고 답했다.

한 유가족이 "오는 사람마다 매번 같은 소리"라고 꼬집자 이 전 총리는 "책임이 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자기가 뭔가를 하겠다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비슷한 문답이 이어지자 한 유가족은 "이번 선거에 당선된 전직 총리께서 오신다고 해 무슨 대안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해 기다렸다"며 "그런데 똑같은 말씀을 하시면 어찌해야 하나"고 하소연했다.

일부 유가족은 더 듣지 않겠다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여러분들의 안타까운 말씀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그런데 저의 위치가 이렇다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책임자 처벌을 포함해 기존 법에 따른 조치는 이행이 될 것이고 미비한 것은 보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면담 자리는 끝나는 듯했으나 일부 유가족이 "그럴 거면 뭐 하러 왔나. 대책을 갖고 와야지"라며 격양된 반응을 보이자 상황은 달라졌다.

한 유가족이 "대안을 갖고 와라. 유가족들 데리고 장난치는 거냐"라고 묻자 이 전 총리는 "장난으로 왔겠느냐.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한 조문객으로 왔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마음을 전달하겠다고 말씀드렸지 않나"라고 맞받았다.

"사람들 모아놓고 뭐 하는 거냐"는 물음에는 "제가 모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즉답했다.

이어 "그럼 가시라"는 말에 "가겠습니다"라고 답한 이 전 총리는 조문을 마친지 10여 분만에 면담을 끝내고 자리를 떴다.

이 전 총리는 조문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유가족 심정은 이해한다"며 "정부에 충분히 잘 전달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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