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시비'로 폭행당해…추모 주민들 "가해자 엄벌해야"

실랑이 벌였던 주민 "폭행은 사실 아니야…허위사실 관련 형사 절차 밟을 것"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생전에 항상 밝고, 성실하시던 분이었어요.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11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주민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전날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아파트 경비원 최모(59)씨를 추모하는 주민들이 고인이 생전에 근무하던 경비 초소에 마련된 분향소에 모여 있었다.

분향소에는 국화꽃 한 다발과 막걸리, 향초가 조촐하게 마련됐다. 경비초소 유리창은 "항상 친절히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억울함이 풀릴 수 있도록 돕겠다" 등 문구가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 붙었다.

분향소에 막걸리 한 잔을 따라 올린 아파트 주민 송모(67)씨는 "(고인은) 항상 주민들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새벽부터 빗자루를 들고 성실하게 일하시던 분이었다"며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너무 허망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사람이 우선이지, 차가 뭐라고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다"며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것은 말도 안 된다. 가해자가 엄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최씨는 전날 오전 2시께 자신의 집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는 자신이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최씨는 지난달 21일 오전 11시께 아파트 단지 내 주차 문제로 50대 주민 A씨와 시비가 붙었고, 이후 A씨는 최씨를 여러 차례 폭행하며 경비 일을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실랑이 중 넘어진 A씨는 이달 4일 최씨에게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비만 2천만 원이 넘게 나온다. 돈을 많이 만들어 놓으셔야 할 것"이라며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문자 메시지를 받은 최씨는 이날 해당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씨는 자정께 "너무 억울해서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으려고 했는데, 옥상 문이 잠겨서 못 갔다"고 주민들에게 말했다.

최씨는 지난달 말 상해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지만, 결국 고소인 조사를 받기 전에 숨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고소장을 바탕으로 사건 기초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A씨의) 소환조사 일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자신이 이웃들 앞에서 모욕을 당했다며 지난달 최씨를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이 아파트에서 2년째 사는 주민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최씨는) 자기 가족처럼 항상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희생하는 순수하고, 좋은 분이셨다"며 "약자가 강자에게 협박과 폭행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없는 나라가 되게 해달라"고 했다. 해당 청원은 11일 오후 7시 기준 2만9천여명이 동의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날 경비초소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숨진 최씨를 기리는 추모식을 자체적으로 열기로 했다.

A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일단 사람이 죽은 문제이다 보니 되도록 망자와 관련해 대응하지 않았지만, 유족과 주민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억울하다"고 말했다.

A씨는 "최씨가 처음 아파트에 입사했을 때 슬리퍼를 신은 복장에 대해 지적했는데, 그 이후로 억하심정이 있는지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유독 제 자동차의 이중주차만 문제 삼았다"며 "사건 당일에도 (최씨가) 차를 밀었고, 이를 말리자 위협하는 듯이 제 쪽으로 차를 밀길래 시비가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로 실랑이가 있었지만, '경비실 화장실에서 코뼈가 부러지도록 폭행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허위사실을 말하는 일부 주민과 유족을 상대로 형사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k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