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도르 대통령 '검소한 방미' 화제…총비용 1천23만원, 전임자의 18분의 1

멕시코

호화 전용기 매각하고 美델타 항공기 이용
고급호텔 대신 대사관저 머물러 숙박비 '0'
"쓸데없는 낭비 불필요" 서민의 친구 이미지


'검소한 대통령'을 자처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미국 방문 비용이 전임자의 18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에 따르면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지난 7∼9일 미국 워싱턴에 방문하면서 쓴 돈은 19만 페소(약 1천23만원)에 불과했다.

전임자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이 2016년 7월 21∼22일 워싱턴을 찾을 때 쓴 비용은 이보다 18배가량 많은 335만 페소(약 1억8천만원)였다.

일단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항공 비용이다.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은 보잉 787 드림라이너 기종의 전용기를 타고 워싱턴까지 날아갔고 여기에 250만 페소가 들었다. 반면 미국 델타항공의 여객기를 이용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방미단의 항공 비용은 19만 페소에 그쳤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2018년 12월 취임 전부터 호화 대통령 전용기를 매각하겠다고 선언했고, 취임 후에도 민간 여객기를 타고 멕시코 곳곳을 다녔다.

취임 후 첫 외국 방문인 이번 미국 방문 때에도 대통령을 비롯한 모두가 이코노미석에 앉았다. 심지어 코로나19로 멕시코시티와 워싱턴을 잇는 직항이 중단돼 갈 때는 애틀랜타, 올 때는 마이애미를 경유했다. 이 때문에 이동 시간은 전임자보다 두 배가량 길었다.

수행단 규모 자체도 작았다.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 방미엔 25명, 이번 방미엔 7명이 수행했다고 레포르마는 보도했다.

전임자의 경우 숙박과 식사에도 85만 페소를 지출했으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숙식에 한 푼도 쓰지 않았다. 비싼 호텔 대신 워싱턴에 있는 멕시코 대사관저에 묵었기 때문이다.

백악관 국빈 전용 숙소인 블레어하우스가 수리 중이라 미국이 호텔 비용을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사양했다고 멕시코 대통령은 전했다. 8일 저녁 백악관 만찬을 포함해 식사는 미국 측에서 제공했다.

결국 항공 비용 외엔 다른 비용이 하나도 안 든 것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방문에) 많은 자금을 쓸 필요가 없었다. 우리를 아주 잘 대해줬다"고 말했다.

멕시코 언론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 출장을 다녀온 이후 '검소한 대통령' '서민의 친구' 이미지를 확고히 한 것은 기대이상의 국내 정치용 수확을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오르바도르 대통령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라는 풀네임의 약자를 따서 '암로'(AMLO)로 불린다. 지난 2018년 취임 후 1년 넘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7시에 빠짐없이 기자회견을 열어, '소통의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지지율은 70%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