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호흡하자' 호소 받아들여지지 않아…'민주노총 혁신' 제기하고 싶었다"

27일 중앙집행위원회 열어 비상대책위 구성…올해 말 차기 지도부 선출

노사정 합의안은 경사노위로…다음 주 초 본위원회 열어 의결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의 민주노총 내부 추인이 무산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미 예고한 대로 임기가 5개월 남짓 남았지만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책임을 지고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백석근 사무총장과 동반 퇴진하게 됐다. 2017년 말 직선으로 선출된 이들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민주노총은 오는 27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올해 말까지 민주노총을 이끌어가게 된다.

김 위원장은 "국민 전체와 호흡하는 민주노총이 되기를 지금도 바라고 있다"며 "하지만, 오로지 저희의 부족함으로 그런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노사정 합의안에 대해 "노동운동의 숙원 과제를 실현하는 시발점으로 삼고자 했다"며 "대한민국 최대의 공적 조직인 민주노총의 혁신도 함께 제기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김 위원장은 다만 민주노총의 혁신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임시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정파 논리가 조직 내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현실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저희의 바람과 실천 의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물러나지만, 다시 현장의 노동자, 조합원으로 돌아가 그것이 실현되기 위한 노력과 활동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 위원장은 철도노조 조합원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전날 온라인으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사정 합의안 승인 안건을 상정했으나 반대표가 투표 인원의 절반을 넘어 부결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가장 먼저 제안하고 정세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출범한 노사정 대표자회의에도 참여했다.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40여일의 논의를 거쳐 고용 유지, 기업 살리기,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을 위한 협력 방안이 담긴 노사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내부 반대에 막혀 추인을 못 얻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대의원들의 뜻을 묻기로 했다. 그는 대의원대회에서도 노사정 합의안 추인이 무산될 경우 사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사정 합의안의 내용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대책으로 실현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도 불참 중이다.

경사노위는 다음 주 초 노사정 대표자들이 모이는 본위원회를 열어 노사정 합의안을 의결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경사노위 본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안을 의결하고 이행 방안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것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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