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인싸’된 세탁소 주인 80대 노부부…‘세탁물’ 깜짝 모델 팔로어 13만명

대만

“70년동안 쌓인 옷 수백벌 처리 곤란

요즘 옷값 싸서 안찾아가는 사람 많아

패션쇼 보고 주인들 빨리 찾아갔으면”

70년 동안 세탁소를 운영해 온 80대 할아버지·할머니 부부는 심심해 하셨다. 일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세탁을 맡겨놓고 찾아가지 않는 손님들 때문에 세탁소엔 주인을 기다리는 옷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대만 중부 타이중 시 훌리 지구에 사는 리프 창은 자신의 할아버지 창완지(83)와 할머니 쑤쉬우에(84)가 10년이 넘도록 고객들이 찾아가지 않은 옷가지들을 직접 걸치는 모델로 패션쇼를 하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다.

손자인 리프의 목적은 할아버지 부부가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인구 5만명 밖에 안 돼 무슨 큰 일이라고는 별로 생기지 않는 동네에서 나이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따분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같은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어르신들의 삶이 생각보다 대단할 수 있음을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깜박 잊고 찾아가지 않은 자신의 옷을 발견한 손님들이 세탁물을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덤이었다고 24일 영국 BBC에 털어놓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 인스타그램 패션쇼는 대박을 쳤다. 할아버지 부부가 찾아가지 않은 손님들의 세탁물로 펼친 파격적인 패션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전 세계에서 13만명이 넘는 팔로어가 생길 정도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세탁소의 오래 된 세탁기와 건조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면 패션 잡지에나 실릴 법한 멋진 사진이 나왔다. 할아버지는 마치 쿠바 하바나에 휴가 간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할머니는 너무 날씬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두 어르신은 자신들을 향한 갑작스런 관심에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쑤위우에 할머니는 “인터넷이 뭔지 잘 모르지만 갑작스런 주위의 관심에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물론 두 사람은 아직 세탁소 주인임을 잊지 않는다.

창완지 할아버지는 “요즘은 옷값이 너무 싸서 세탁을 맡기고도 찾아가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이혼이나 사망 등 인생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면 세탁물 따위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스타그램 패션쇼를 보고 손님들이 잊고있던 세탁물을 많이 찾아가길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할아버지 부부는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수백 벌의 옷가지를 자선단체에 기부도 했지만 여전히 수백 벌이 가게에 남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창 할아버지는 “아직도 입을 옷이 수두룩하다”며 “가능하면 겨울 시즌 콜렉션 무대를 한번 더 갖고 싶다고 포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