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 효과 소문

말라리아 치료제 원료, 껍질 캐기로 멸종위기

페루

말라리아 치료제 퀴닌의 천연 원료인 기나나무가 코로나19 확산 속에 몸살을 앓고 있다. 말라리아 약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기나나무 껍질 채취에 나섰기 때문이다.

페루 식물학자 알레한드로 고메스는 13일 EFE통신에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이 마체테(날이 넓고 긴 칼)를 이용해 무단으로 기나나무에서 퀴닌을 추출하고 있다며, 이것이 나무를 크게 훼손한다고 말했다.

페루는 전 세계 24종류의 기나나무 중 19종류가 몰려있는 기나나무 주산지다. 페루의 국장(國章)에도 기나나무 이미지가 들어있을 정도로 기나나무는 페루에 상징적인 식물이다.

안데스 원주민들은 기나나무를 오랫동안 약용으로 사용해왔는데, 껍질에서 추출한 퀴닌이 말라리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전 세계에서 말라리아 치료제로 널리 쓰였다.

식민지 시절엔 말라리아 치료제 수요가 늘면서 기나나무가 멸종 직전까지 놓였다고 EFE통신은 설명했다. 이후 퀴닌을 바탕으로 한 합성 약물인 클로로퀸 등 다른 말라리아 치료제들이 개발됐지만 기나나무는 삼림 벌채 등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최근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믿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한 채로 확산하면서 기나나무 껍질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기나나무의 코로나19 효능에 대한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자 학계를 중심으로 "기나나무 치료제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아니다. 천연이라고 다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