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외교·국방장관, 방러 취소·G7 장관 성명…국제사회 러시아 압박 고조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미국 하원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사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차원의 조사를 촉구, 그 결과에 따른 추가 제재를 요청하고 나섰다.

나발니가 구소련 시절 사용되던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된 '명백한 증거'가 발견됐다는 독일 정부의 발표 이후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진상규명 요구가 확산하는 가운데 미 의회도 이에 초당적으로 가세,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9일 로이터통신, AP통신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과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사건과 관련, 러시아 정부의 화학 무기가 사용됐는지 여부에 대한 미 행정부의 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러시아 정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다시 한번 밝혀진다면 추가 제재가 부과돼야 한다"며 "이 비열한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는 자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와 측근들이 처벌 없이 국제법을 위반하도록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이 서한에 대한 언급 요청에 바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이며 깊이 비난받아야 한다면서도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 규탄하는 것은 삼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나발니가 독극물에 중독됐다는 독일의 발표에 대해 "사실이라면 매우 화날 것"이라며 "비극적이고 끔찍하며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프랑스도 다음 주로 예정돼 있던 장 이브 르 드리앙 외교장관 및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장관의 러시아 모스크바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프랑스 외교부 대변인은 "현 상황을 감안할 때 그리고 러시아 당국과의 대화를 거쳐 안보 협력 관련 프랑스와 러시아 간 협의체는 추후로 연기됐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 협의는 러시아와 서방 국가간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오는 14일 마련된 것이었으나 르 드리앙 장관은 지난 주말 러시아 정부에 이번 독극물 중독 사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도 8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혐오스러운 이번 독극물 공격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화학무기협약에 따른 러시아의 약속을 명심하면서 가해자들에게 법의 심판을 받도록 긴급하고 완전하게 투명성을 확고히 할 것을 요구한다"며 배후 규명 및 책임자 기소를 촉구했다.

러시아 당국은 독살 시도 의혹에 대해 부인해왔다.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항공기에서 갑자기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나발니는 독일 병원으로 옮겨진 뒤 18일 만인 7일 깨어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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