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즈버그 대법관 ‘20년지기’ 개인 트레이너, 고인 조문서 푸시업 3차례로 경의

미국

이례적 조문인사 美 언론 “그들만의 작별인사”

코로나19 불구 사망전 까지도 함께 매일 운동

“그는 내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지난 25일 오후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 췌장암 합병증으로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7) 대법관의 시신이 안치됐다.

푸른 셔츠에 마스크를 착용한 건장한 체격의 한 흑인 남성이 성조기에 둘러싸인 관 앞에 섰다. 그는 감정이 차올라 숨을 고르는 듯했다. 의사당 안은 ‘또각또각’ 다른 조문객의 하이힐 소리만 맴돌 정도로 엄숙했다. 정적이 맴도는 그 자리에서 그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번. 모두 3차례. 의식을 끝마친 뒤 그는 가벼운 목례를 하고 물러났다. TV 카메라에 포착된 이같은 이례적인 조문 장면이 미국인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팔굽혀펴기를 한 사람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개인 트레이너였던 브라이언트 존슨이다.

그는 육군 예비역 출신 운동 트레이너로 긴즈버그가 1999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후부터 그의 개인 트레이너로 일해왔다. 생전에 의학적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운동 요법으로 이를 해결해온 긴즈버그 대법관은 2017년 "내 개인 트레이너는 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올해도 재발한 암을 치료하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트레이너와 운동을 했다. 존슨 트레이너는 지난해 CNN과의 인터뷰에서 "긴즈버그는 기계"라면서 대법관이 얼마나 열심히 규칙적으로 운동하는지를 암시했다.

긴즈버그 대법관 생전에 두 사람은 팔굽혀펴기를 거르지 않고 했다.

존슨은 2017년 긴즈버그 대법관의 운동법을 담은 책도 출간했다. 암 극복 근력 운동 매뉴얼이다. 한국엔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고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어김없이 꼬박꼬박 운동을 했다. 존슨도 지난 6월 CNBC에 “우린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존슨의 ‘팔굽혀 펴기’ 조문 영상을 본 한 시청자는 트위터에 “이전에 팔굽혀펴기를 보고 운 적이 결코 없는데, 울음이 멈추질 않는다”라고 썼다.

물론 고인 앞에서 팔굽혀펴기가 적절치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관습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다수 네티즌들은 존슨이 왜 그렇게 했는지를 이해한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의 “긴즈버그의 20년 지기 단짝인 존슨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고인에게 영원한 작별인사를 한 것”이라는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


지난 18일 별세한 긴즈버그 대법관의 시신이 안치된 의회의사당에서 개인 트레이너 브라이언트 존슨이 팔굽혀펴기로 경의를 표하고 있다.


생전에 하루도 팔굽혀펴기를 거르지 않았던 긴즈버그 대법관.


존슨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건강 이상을 곁에서 지켜준 20년지기 단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