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 코로나19 2차 확산에 봉쇄 다시 시행

"코로나19 대응 과정서 정부에 대한 신뢰 추락 원인"

(서울=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유럽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봉쇄조치를 다시 강화하자 이에 반발한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영국은 누적 확진자가 100만 명을 넘어서자 5일부터 4주간 잉글랜드 전역에 걸쳐 봉쇄하기로 했다. 프랑스도 지난달 30일 자정부터 한 달간 전국에 봉쇄령을 내려 식당과 술집 등 비필수 영업장이 문을 닫았다.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도 부분 봉쇄를 시행했고 이탈리아는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6시로 제한하는 등 '준 봉쇄' 수준의 조치를 단행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시민들이 정부와 지도자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2차 봉쇄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유럽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최근 30만 명을 넘어 전 세계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을 맞았다.

가디언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절실한 데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데다 감염자 폭증에 대응하는 추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라며 "이에 대중의 분노가 폭발해 일부에선 저항으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한 올해 초 정부의 봉쇄를 대체로 순순히 받아들였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셈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지난달 30일 밤 정부의 제한 조치에 반발한 시위대가 경찰에게 화염병과 돌을 던졌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에서도 시위대가 길거리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파괴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도 예술 분야 종사자 수천 명이 재정지원을 요구하며 행진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시위에 가담한 피노 에스포지토는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2차 봉쇄를 준비하지 않았다"며 "기업이 문을 닫으려면 재정지원이 필요하고, 직원들은 당장 실업 급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위는 이탈리아 밀라노, 영국 그레이터 맨체스터, 프랑스 마르세유, 스페인 마드리드로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 시위가 앞으로 유럽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심각한 경제난과 심리적 피로 탓에 정부의 보건 지침을 따르려는 동기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정부가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신뢰가 무너지면서 불만이 커진 점도 시위가 더 번질 수 있는 배경이다.

이탈리아 국민 4분의 3 이상은 올겨울에 폭력 시위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이탈리아 언론인 로베르토 사비아노는 "올해 첫 봉쇄 당시에는 비상사태라는 생각에 단결했지만, 지금은 속았다고 느낀다"며 "정부는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전역에서 사회적 불안이 있을 것"이라며 "어떤 이는 경제적으로 살아남지 못한다면 어차피 파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