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FT 등 '민주주의 쇠퇴 조짐'에 경종

"누가 집권해도 절반이 정통성 부정하는 나라"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올해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미국은 반반으로 몹시 분열된 국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독성이 가득한 분열이 예외가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이 되는 것은 미국 민주주의에 있어서 비극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 대선 이튿날인 4일(현지시간) 사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권자들에게 전면적으로 거부 당할 것이라는 게 여론조사 결과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 사이에는 극히 작은 표차만 존재할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대변하는 위협을 이해하고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며 그에 대한 반대투표에 나섰다는 것은 작은 위안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반에서 거의 비슷한 수준의 반작용이 있었다는 것도 드러났다는 게 가디언의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싸우지 않고 떠나갈 리는 거의 없겠지만, 결국 떠난다면 그의 유산은 분노와 증오의 정치일 것이라고 가디언은 우려했다.

미국의 문제는 문화적 분열이 돌이킬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는 데에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미국의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서로 대화가 불가능한 두 적대적인, 때에 따라 무장한 캠프로 널리 벌어진 정치적 균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앙심을 품은 채 정치를 하는 방식을 보면, 전국적인 대화를 시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가디언은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이기지 않았는데도 승리를 선언한 순간, 미국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양대 정당이 정부를 장악하기 위해 위험하고 흉포한 권력 싸움에 갇히게 된 것은 진정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정치로 선거가 세계의 선도적 민주주의에 변동성의 원천이 되고 있다면서 이는 한 정당의 손실이 다른 정당의 이익이 되는 제로섬게임으로, 패배자는 미국 정부와 국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드워드 루스 파이낸셜타임스(FT) 미국지역 수석 해설자는 "선거는 차이를 해소하는 의미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나 바이든 후보중 대선에서 누가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유권자 절반은 자신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국가를 물려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승자가 되든 미국은 즉각적이고 구조적인 두 가지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첫 번째 위험은 대선 결과가 소송으로 얼룩져 사법부가 새 대통령을 결정하는 데 연루될 가능성이다. 헌법학자는 이런 사태가 미칠 파장에 대해 몇 달간 경고해왔다.

두 번째 위험은 전체 시스템의 정통성에 관한 것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긴다면 이는 그가 전체 투표수는 적은데도 이기는 두 번째 사례가 될 것이다. 공화당은 이번 세기 들어 이와 같은 형태로 세 차례 승리했다.

루스는 "만약 바이든 후보가 이긴다면 그는 통치하기 어려운 근본적으로 분열된 국가를 물려받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더라도 모든 기대를 능가하는 결과를 내게 된다. 공화당은 당분간 트럼프의 공화당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에서) "미국인들은 목소리를 냈다. 이는 불협화음"이라고 강조했다.

yulsid@yna.co.kr